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할 때, 소리의 속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입으로부터 나의 귀까지 전달되는 현상이 즉각적인 것으로 느껴지지만 이는 음원과 청각기관 사이의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우 큰 연주회장, 카네기홀과 같은 커다란 홀의 최상층 또는 뒷자리에 앉아본 경험이 있다면 소리가 우리의 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꽤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이는 음원과 청각기관이 먼 거리를 두고 있어 소리가 오는 동안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형 음악회장의 경우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지휘자의 몸짓을 본 후 약간의 시차를 가진 후 그 소리를 듣게 된다. 지휘자의 몸짓이 우리의 망막까지 도달하는 시간에 비해 연주 소리가 우리의 고막에 도달하는 시간은 백반 배 정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빠른 박자의 곡이라면 소리가 한 박자씩 늦게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지 않은 한 혼란스러움을 겪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느 속도로 전파될까. 그리고 전달 매체에 따라 음속은 어떻게 바뀔까. 기온과 음속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음속과 주파수 그리고 파장
가장 흔히 오해할 수 있는 것은 저음은 느리고 고음이 빠르다든지, 반대로 저음이 더 빠르다 하는 등의 잘못된 상식이다. 이러한 오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합주할 때 높은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때문에 그것이 더 먼저 귀에 도달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의 귀가 고주파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지 고음이 더 큰 소리를 낸다거나 더 빨리 전달되기 때문은 아니다. 반대로 군악대가 빌딩 숲을 지날 때 큰북 같은 악기 소리가 먼저 들려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저음이 빨리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음이 고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고음과 저음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파장이 짧은 고음은 장애를 만났을 때 휘어지는 특성이 적었지만 긴 저음은 잘 휘어지기 때문이다. 회절이라고 불리는 이런 휘어짐 현상 때문에 저음이 빌딩 사이를 잘 휘어져 통과하는 것이지 저주파가 고주파보다 빠르기 때문은 아니다. 파장이란 진동이 가지는 공간적 특성으로 진동의 한 지점으로부터 다음 진동에서의 같은 지점까지의 길이를 가리킨다. 현의 길이와 주파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는 현의 길이가 파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의 길이가 길면 그만큼 파장이 길어지고 따라서 주파수는 이에 반비례 하여 낮아진다. 주기가 짧은 고주파일수록 파장은 짧다. 음속은 주파수에 따라 다르지 않다. 언뜻 보면 주파수와 음속이 비례하는 것 같지만, 주파수와 파장이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결국 음속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음속을 결정하는 변수, 기온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대기 중에서 소리의 속도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숫자로 표현해 보면 보통 섭씨 20도 정도의 상온에서 음속은 초당 344미터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는 1km를 가는데 약 3초 정도가 걸린다는 뜻이다. 기온을 언급한 것은 음속이 기온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기온에 따라 변하는 것은 기온이 높으면 분자 운동이 빨라져 인접 분자 간의 충돌이 빈번해지므로 음의 진동이 한층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밀도와 관련지어 설명하면 온도가 높아지면 기체는 팽창하면서 밀도가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온도에 따라 소리의 속도가 변하는 현상은 목관, 금관악기 주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기온에서는 공연 중에 관악기 연주자들이 중요한 구절을 연주하기 전에 악기 속에 소리 나지 않도록 따뜻한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큰 폭의 변화 때문에 섭씨 20도에서 조율한 파이프 오르간을 30도의 기온에서 연주하면 커다란 문제가 일어난다.
매질에 따른 음속의 변화
음속은 전달 매질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면 음속을 면화 시키는 변인들은 무엇일까. 앞서 우리는 탄성과 밀도를 꼽았다. 즉, 매질의 탄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밀도가 낮을수록 음속은 빨라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매질의 종류에 따라 탄성과 밀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면에서의 소리 전파 : 2차원적 파
2차원적 전파의 좋은 예로 물결, 즉 수면파를 들 수 있다. 수면의 파는 횡파와 종파의 결합체이며 그 속도가 파장에 달려있기 때문에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파의 다른 속성들을 설명하는 데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점은 우선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고, 관찰한 바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에서 물이 일으키는 파를 관찰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물결 탱크이다. 물결 탱크란 물결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실험 장치로 물탱크의 바닥 면을 유리로 만들고 위에서 빛을 비추면 유리를 통과한 빛이 물탱크 아래의 종이 위에 파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직선 모양의 파를 평면파라고 하며 동그란 모양의 파를 구면파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잠잠한 연못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일정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 물체는 파의 근원지가 되고 물의 모든 표면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특별한 변인이 없는 잔잔한 물속에서라면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속도는 같을 것이고 따라서 중심으로 하는 원형의 구면파가 만들어질 것이다. 각파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을 것이고 이것이 곧 파장이다. 결국 일정한 속도로 점점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면 원은 점차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원형의 굴곡은 점차 펴지면서 직선을 닮아갈 것이다. 그렇게 멀리 퍼져나가면 나갈수록 궁극적으로는 평면파와 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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