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높낮이를 식별하는 감각기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는 이미 논의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감각기관을 통하여 수용된 소리를 처리하는 문제로부터 다루기로 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주파수 차이가 날 때, 그 차이를 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가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JND라고 한다. 그러므로 JND란 심리적인 식역이다. 그 간격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차이도 들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폭이 좁은 사람이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의 소리가 근소한 주파수 차이를 보이는 다른 소리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들어서 가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곧 이들 두 가지가 상이한 두 개의 음높이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귀로 감지해 낼 수 있는 폭은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인간은 몇 헤르츠 정도 주파수의 차이가 날 때 비로소 그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람마다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개인차가 있을 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평균치는 조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 초 발표된 한 논문의 결과를 그래프로 요약한 것을 보면 폭은 소리의 강도에 따라 또 주파수 영역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래프의 수평축은 주파수 영역을 가리키고 수직 축은 변화의 비율을 가리키며 5개의 곡선은 각각 다른 소리의 강도를 가리킨다. 큰 소리일수록 수직축의 더 작은 증가율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큰 소리에 대해서 더 좁은 폭을 갖는다는, 다시 말해 큰소리의 경우 소리높이 시별이 더 수월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음높이 지각의 변인들

음높이는 주파수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실제로 주파수의 변화는 음높이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크고 중요하다. 그런데 주파수가 음높이의 유일한 변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주파수는 변하지 않는데 소리의 세기나 길이, 감쇠 특성, 또 다른 소리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음높이가 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청자의 음악적 경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제 음높이를 변화시키는 주파수 이외의 요인들을 보기로 한다. 


소리의 세기가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

주파수를 일정하게 고정해 둔 채 소리의 세기만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가 심리적으로 그것이 올리거나 내려가는 것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높이의 지각력은 지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에 따라서도 좌우되어, 상식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듯이 짧은 시간에는 음높이 판별력이 떨어진다. 스티븐슨은 순음 조건에서 소리크기가 일정 영역에서 피치가 최대로 반음 두 개까지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음역에서는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더 낮아지는 것으로 들리지만, 높은 음역에서는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더 높아지는 것으로 들린다. 스티븐슨의 이론은 별다른 이견이 없는 정설로 받아들여져 오던 중 1970년대에 들어 소리의 세기가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이 위와 같이 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도의 변화에 따른 주관적 음높이의 변화를 보면 역시 순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합성음에 관한 것은 많이 밝혀져 있지 않다. 악기를 가지고 한 실험을 보면 소리의 크기에 따라 음높이가 변하는 것은 아주 미세하다. 합성음의 음높이가 강도 변화에 따라 올라가든지 내려가든지 하는 점은 중요한 부분음들의 주파수 영역에 달려있다. 합성음에서는 소리의 세기에 따른 음높이의 변화가 순음보다 현저하게 덜 나타나기 때문에 음악에서 이러한 효과가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실제 음악에 있어서 소리의 세기에 따라 피치가 달라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관현악기 연주자는 고음을 연주할 때 포르테에서는 좀 낮은 음을 연주하고 피아노에서는 좀 높은 음을 연주해야만 음높이가 일정한 것으로 들릴 것이다. 실제 음악에서도 소리의 크기에 따라 피치가 변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은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소리가 점점 사라져 갈 때, 음높이가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간 동안 소리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잔향시간이 상당히 긴 교회 내에서 사람이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들을 때 큰 소리의 코드가 끝난 후 소리가 점점 작아지면 음이 높아지는 것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 지속시가지속 시간 동안 소리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리의 지속시간이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

음높이를 지각할 수 있으려면 소리가 얼마나 길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음높이와 소리의 지속시간은 서로 관계가 없다. 또한 19세기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한 음높이 중 두 주기만 들어도 피치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의 연구를 보면 이보다 더 긴 지속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주파수대에 따른 음높이 지각에 필요한 지속시간 표를 보면 얼마만큼 다른지를 알 수 있다. 실선은 20세기의 한 실험의 결과이고, 점선은 두 개의 주기만 있어도 알 수 있다는 19세기의 주장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리가 시작할 때 돌발적인 파열음을 나지 않고 매끄럽게 시작한다면 3ms 정도면 음높이를 인식할 만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음높이와 이를 판별하기 위한 시간의 함수관계는 음향학적 불확실성의 원리를 따른다. 이는 주파수가 불확실할수록 긴 시간을 요하고 음의 지속시간이 짧을수록 주파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음의 지속시간이 25ms보다 짧으면, 음높이는 변화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귀는 순음의 주파수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음량이 같은 조건이라면 소음에서보다 순음에서는 JND가 작아진다. 1500Hz 정도 음역에서 폭 10Hz 정도의 협대역 잡음의 경우 주파수의 불확실성은 1500Hz의 순음보다 6배까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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