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저음이 고음과 똑같이 크게 들린다면 이는 이미 저음이 훨씬 더 큰 강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음량을 올리면 모든 주파수의 강도가 점차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저음은 더욱더 큰 강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주파수가 낮은음이 큰 소리를 낼 때 주위의 물건이 흔들리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데시벨이라는 단위는 물리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이 수를 기준으로 얼마나 크게 들리느냐 하는 점을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음량을 수로 표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개인에 따라 변화의 폭이 심하기 때문이다.
음량 수준 데시벨
음량이 소리의 강도뿐만 아니라 주파수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강도를 측정치인 데시벨이라는 단위만으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크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음량을 측정하는 새로운 단위가 있어야 하는데, 음량이란 우리에게 얼마만큼 크게 느껴지는가 하는 문제, 즉 심리적 변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해야만 한다. 음량의 정의와 측정 및 산출 방법은 한 유명한 논고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이 논문은 이후 음량 측정에 관한 고전적 지침이 되고 있다. 등음량 곡선이 바로 소리의 강도와 주파수에 따라 변하는 음량 측정 결과인데 같은 음량의 소리를 내려면 주파수에 따라 강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나타내기 때문에 등음량 곡선이라고 불린다. 심리적 변수인 음량의 단위는 음량 데시벨을 사용한다. 흔히 데시벨이라고 하면 물리적 변수인 강도를 나타내는 데시벨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분명한 구분을 짓기 위해 특별히 강도 수준 데시벨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데시벨이라는 단위를 사용할 때마다 그것이 강도의 단위인지 음량의 단위인지 밝혀 주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음량 수준 데시벨 대신 폰이라는 전혀 새로운 단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등음량곡선을 같은 폰 곡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주파수가 다른 두 개의 싸인파가 있을 때 서로 강도의 수치는 다르더라도 같은 폰 곡선상에 있으면 똑같이 크게 들린다. 이 곡선을 보면 큰 소리는 주파수에 따라 별로 변하지 않지만 작은 소리는 크게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같은 강도의 소리가 주파수에 따라 음량이 변하는 것은 큰 소리보다는 작은 소리에서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음역에 따른 악기의 상대적 감도
음량의 단위인 폰은 기존의 데시벨에 지각적 효용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소리가 똑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파수에 따라 다른 크기의 소리로 들리지만, 40폰의 소리라고 하면 어떤 음역에 있든 그 음량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강도와 음량의 개념적 차이는 실제 음악에 있어 설명될 수 있다. 콘트라베이스가 내는 소리의 힘을 플루트나 호른, 클라리넷 등이 내는 소리의 세 배가 넘는다.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서 플루트와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연주한다면 우리에게는 플루트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릴 것이다. 저음악기인 콘트라베이스는 플루트보다 강도는 훨씬 높지만 음량은 작다. 이것이 바로 관현악단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에너지를 갖는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플루트 주자보다 더 많아야 하는 이유이다. 관현악단의 음향은 물리적 변수인 강도가 아니라 심리적 변수인 음량에 따라 맞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악기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해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현악기의 경우 주로 활에 가하는 힘으로, 관악기는 불어넣은 바람의 세기에 의해서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낼 수 있다.
감각 수준
음량은 우리에게 얼마만큼 크게 들리느냐 하는 개념이며, 같은 음량을 가진 여러 주파수의 소리를 우리에게 들리는 크기에 따라 일렬 상에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강도 수준 데시벨의 경우 주파수가 다르면 데시벨이 더 높은 소리가 낮은 데시벨의 소리보다 작게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높은 폰의 소리는 어느 주파수던 우리에게 똑같은 크기로 들리고, 낮은 폰의 소리보다는 크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 상대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폰으로 환산된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감각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단위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단위는 바로 손이다. 음량 수준과 감각 수준의 환산 그래프의 수평축은 음량 수준인 폰을, 수직축은 감각 수준인 손을 나타낸다.
두 개의 소리가 합쳐진다면?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고 두 개 이상의 소리가 우리에게 어떻게 합쳐져서 들릴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혼자서 연주하는 소리와 여러 사람이 연주사는 소리는 단지 음량의 차이 밖에는 없는가? 만약 한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를 증폭시킨다면 여러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와 같을까? 둘째, 한 사람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데 연주가 끝난 후 다른 한 사람이 같이 합세해 같은 선율을 둘이 함께 연주한다면 혼자 연주하는 소리와 두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를 우리는 구분할 수 있을까? 구분할 수 있다면 어떤 차이점을 근거로 구분할 수 있을까? 셋째, 상식적으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는 한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보다 더 큰데 그럼 그 소리는 두배 큰 소리일까? 넷째, 한 사람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고, 다른 사람이 첼로로 한 옥타브 낮은 음역에서 같은 선율을 연주한다면 두 개의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소리와 바이올린과 첼로 한 대씩이 연주하는 소리 어떤 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다섯째, 나란히 있는 옆방의 소리는 완전히 차단될 수 없다. 옆방에서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올 때, 만약 내가 음악을 더 크게 틀면 소리가 합쳐져 더 시끄럽게 들릴까, 아니면 옆방 소리가 안 들리거나 혹은 덜 들리게 될까? 마지막 여섯째, 한 성악가가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노래하고 있다면,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음향 속에서도 성악가가 혼자 부르는 음성을 가려서 들을 수 있는가? 두 개 이상의 소리가 합쳐졌을 때, 우리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하는 점, 즉 소리의 합, 차폐를 비롯한 제반 현상을 위의 질문들로 답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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