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에의 방식대로 합성음을 주파수가 자연수 배에 있는 순음들로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역, 즉 모든 순음의 진폭과 위상을 조절하여 합성하면 어떤 파형의 합성음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푸리에 분석의 역작업에 해당하는 이와 같은 소리 제조 과정을 푸리에 합성이라고 한다. 전자음악에 흔히 쓰이는 신디사이저란 바로 순음을 합성하여 여러 가지 음색을 만들어 내는 기계이다. 신디사이저를 이용하면 악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음색을 모방할 수 있고, 물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도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 세상에 없는 소리도 얼마든지 새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특정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 배음의 진폭과 위상에 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한 처방 혹은 조리법이 필요하며, 이 처방대로 순음을 배합하면 원하는 음파와 음색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톱니파나 사각파는 모두 거칠고 비음악적인 소리를 낸다. 규칙적인 도형의 모양을 한 파 중에 가장 음악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내는 파형은 삼각파이다. 삼각파의 소리는 플루트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우리의 귀는 훈련에 의해서 합성파에서 개별적인 배음을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아주 드문 예이고 대부분 배음은 모두 합쳐져 음색을 가진 하나의 음으로 합성되어서 들린다. 모든 주기적 파형이 한 가지로 스펙트럼 분석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바꾸어 말하면 한 개의 파형을 만드는 처방은 한 가지 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파형과 스펙트럼 간에 일대일의 상응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파형 혹은 스펙트럼이 음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요인은 절대 아니며, 파형 이외에도 음색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변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음색과 관련된 그 밖의 요인들

스펙트럼 이외에 음색의 차이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포먼트이다. 같은 파형의 음이라면 스펙트럼은 같겠지만 기음의 음높이에 따라 각 배음의 주파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특정 배음 대신 특정 주파수 영역에서 배음들이 진폭이 커져 악기의 특색을 특징짓는 요인이 있는데 이를 그 악기의 포먼트 영역이라고 한다. 포먼트 이론은 본래 인간 음성의 모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악기 음색에 적용되기까지는 보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악기 음색에도 잘 적용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한 악기의 포먼트 영역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음역 음의 각 배음을 계산해 평균 내야 한다. 같은 악기로부터 많은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음역별로 평균 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바이올린에 약음기를 끼우면 소리가 작아진다는 것을 안다. 표를 보면 약음기를 끼우지 않은 소리와 끼운 소리의 평균 스펙트럼이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약음기를 끼운 소리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낮게 나와 있다. 그런데 약음기를 끼우면 우리는 단순히 소리가 작아질 뿐 아니라 음색이 변하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약음기를 끼우지 않고 작게 연주하는 소리와 약음기를 끼우고 크게 연주하는 소리는 분명히 다르다. 이러한 은색의 차이가 포먼트 영역에서 나타난다. 즉 포먼트 영역이 다르고 이것을 우리는 음색의 차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악기들의 포먼트 영역을 알기 위해서는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을 연주하여 배음 분석을 해야 한다. 특정 영역을 잘게 나누어 음마다 소리 에너지가 어떤 영역에서 높게 나타나는가 보고 이러한 점들을 악기의 모든 영역에서 합쳐본다. 결과는 그 악기의 평균 에너지 분포를 보일 것이고 우리는 악기의 포만트의 굴곡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조사한 결과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들은 두 영역에서 두드러진 포먼트 영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상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세 곡선이 시작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이 한 곳에서 만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짝수 배음들의 위상이 180도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실제로 모든 배음의 위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배음들의 위상이 바뀌면 진폭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지점들이 바뀌고, 따라서 이러한 배음들을 합성하면 파형도 바뀌기 마련이다. 기음과 2배음만을 합성한 파형에 여러 가지 배음들이 더해진다면 각 배음의 위상에 따라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파형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까 위성이 달라지면 파형이 달라지고, 파형이 달라지면 음색도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독일의 물리학자 오옴은 배음들 사이의 위상 관계가 음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헬름홀츠 역시 배음의 위상이 음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상이 달라지면 파형이 달라지지만, 파형이 다르다고 반드시 음색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언급했었다. 앞서 두 개의 바순 소리도 전혀 다른 파형을 그린 것을 확인했었다. 그런데도 바순이 연주하는 두 음은 우리에게 동질적인 것으로 들린다. 오옴과 헬름홀츠의 연구 결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믿어져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음향학 교과서에 위상은 음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쓰여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재검증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제 이를 의심할 만한 근거들이 많이 축적되어 어떤 경우에는 귀가 위상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다고 결론에 도달한 연구들이 있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경우인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중 가장 그럴 것 같은 한 가지 조건은 파형에서 날카로운 굴곡 부분의 수가 음색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이는 그러나 대단히 예외적인 것이고 세 파형이 내는 음색은 정상적인 방 안에서 스피커를 통해 들을 때 거의 구분할 수 없도록 똑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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