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보편적 현상을 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음높이 속에는 높이의 개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의 개념도 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옥타브 차이를 둔 음들에서 동질성을 느낀다는 것, 즉 한 음은 그것이 어떤 옥타브 영역에 있든지 간에 한 음으로써의 속성을 갖는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은 음높이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범주화의 개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주파수가 다른 모든 한 음마다 갖는 공통적 속성을 바탕으로 한 음이라는 범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음높이류란 음높이에서 높이의 개념을 제외하고 성격의 개념만을 지시하기 위한 용어이다. 음높이류는 음높이의 성격을 가리키는 데 긴히 사용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지만, 그것이 20세기 음악, 특히 12음 기법에서 비롯된 용어이기 때문에 항상 서양의 평균율적 12반음계에 국한되어 쓰인다는 약점을 가진다. 그래서 심리음향학자들은 보다 보편적인 용어를 가진 크로마라고 표현한다. 크로마는 음높이류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음높이의 성격을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어떤 종류의 음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또한 한 개의 음높이를 다른 음높이와 비교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이른바 절대음감은 소리의 높이에 대한 지각력이 아니라 각 소리의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음높이의 나선 구조
지각적 세계 안에서 높이와 성격 두 차원으로 분리되는 음높이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2차원적 나선구조로 묘사할 수 있다. 음계가 계단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나선구조 표에 입체적으로 그려진 계단은 실생활에서 흔히 좁은 공간에 사용되는 돌아 올라가는 계단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원형 계단의 경우 한 단계씩 밟아 한 층 올라가면 높이는 분명 한층 올라갔지만 위에서 볼 때는 같은 위치에 있는 것과 같다. 옥타브 동질성은 우리의 지각 체계 속에서 음높이를 높이와 성격, 2개의 차원으로 분리하며 이중 높이는 문화로부터 얻어진 후천적 학습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감각적인 것이고, 성격은 주어진 문화 속에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다.
절대음감
절대음감이란 기준음 없이도 소리를 맞출 수 있거나 노래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이를 시각의 색 구별 능력에 비교하자면 표준 스펙트럼이 없이도 파란색을 구별해내는 능력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인간의 98%가 이 절대 색 구별 능력을 갖추고 2% 정도만이 색맹인 데 반해, 절대음감은 인간의 0.01% 정도만 가지고 있다. 절대음감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대표적 이론에는 유전이론, 학습이론, 비학습이론, 각인 이론이 있다. 절대음감과 대비가 되는 개념은 상대음감인데, 거의 모든 사람이 두 음을 들으면 어떤 음이 더 높은지 하는 상대적인 음높이를 맞출 수 있다. 상대음감은 우리 신체의 기능의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음악적 능력이다.
요약
동형론적 음높이에 대한 지각력이 파형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진폭과 음높이, 시각과 음높이와의 상관관계는 동형설, 즉 물리적 변수와 심리적 변수와의 1대 1의 상응 관계를 무색하게 한다. 심리적 변수인 음높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주파수뿐이 아니며, 음높이 지각은 나머지 세 가지 변수, 진폭, 진동 시간, 파형과도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 물리적 변수와 심리적 변수 사이의 이원론은 모순점을 드러내게 되었고, 이들 간의 상응 관계를 찾으려는 동형론적 체계화는 무색하게 되었다. 즉, 인간의 지각을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하려고 출발했던 심리음향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음향학이라는 자연과학적 방법은 음높이를 지각에 관한 완전한 설명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음색의 정의와 본질
사람의 귀에는 온갖 종류의 진동이 퍼부어진다. 수많은 소리는 모두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즉각적으로 소리의 특징들을 구별할 수 있다. 음색을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 음색이 1차원적인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색을 측정하는 기준은 한가지가 아니다. 이것은 시각에 있어 색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측정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음색이라는 용어 자체가 시각에서 색과의 유추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음색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음색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용어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소리의 속성 중 음색은 유일하게 본질적으로 다차원적이다. 음색의 다차원성은 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음색에 대한 연구는 음높이나 음량에 대한 연구처럼 많은 것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다차원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사실이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음색의 지각을 불가사의의 영역에 남겨두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합성음의 부분음, 배음, 오버톤
음색을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여기에 비해 음색에 영향을 미치는 음향학적 요인들은 비교적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합성음의 분포에서 어떤 부분음들의 비중이 높냐 하는 배음 분포상의 특징이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모두 합성음이다. 합성음이란 한가지 주파수로 되어있지 않고 여러 가지의 주파수가 섞여 있는 소리다. 합성음의 구성 성분이 되는 음들을 부분음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주파수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가장 낮은 부분음을 기음이라고 한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리 경우 부분음들의 주파수는 기음주파수의 자연수 배로 되어 있으며, 이럴 경우 이러한 부분음들은 배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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