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세기나 지속시간 이외에도 수많은 여건들이 음높이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엔벌로프이다. 엔벌로프의 음압과 상상, 하강 곡선에 따라 음높이는 달라진다. 엔벌로프가 왜 음높이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음높이가 소리의 세기에 따라 변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음악가들이 타악기를 다룰 때는 반드시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음을 다른 음과 함께 들을 때, 그 다른 음이 듣고자 하는 음의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다시 말해 상호 간섭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소리 하나를 따로 격리하여 듣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간섭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듣고자 하는 음을 시험 음이라고 하고 간섭하는 다른 소리를 간섭음이라고 할 때, 간섭음의 조건에 따라 음높이는 다음과 같이 달라진다. 
1. 간섭음이 시험 음보다 주파수가 낮을 때 시험 음은 항상 더 높게 들린다.
2. 간섭음이 시험 음보다 주파수가 높으면 낮은 주파수대에서 시험 음은 더 낮게 들린다. 

또한 간섭음이 절대적인 주파수를 가지지 않은 소음일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달라진다. 
1. 간섭 소음이 시험 음보다 낮은 주파수대에 있을 때, 시험 음은 항상 더 높게 들린다. 
2. 간섭 소음이 시험 음보다 높은 주파수대에 있으면 시험 음은 더 높게 들릴 수도 있고 낮게 들릴 수도 있다. 
3. 시험 음이 실제보다 높거나 낮게 들리는 폭은 간섭하는 음이나 소음의 음량이 시험 음보다 클 때 큰 폭이 넓어진다. 

 


합성음의 음높이와 가상 음높이

지금까지는 주로 하나의 주파수만을 가진 순음을 다루었다. 만약 우리의 귀가 여러 가지 주파수 성분을 가진 합성음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대부분이 합성음이고, 또한 그 주파수들끼리 서로 정확한 정 배수가 된다. 정확한 하모닉스를 가진 음을 들을 때 우리의 귀는 틀림없이 가장 낮은 음, 즉 기본음을 듣는다. 기본음이 약하다고 해도, 심지어는 그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배음을 통해 기본음을 듣게 된다. 이와 같이 물리적 공간에 그 음의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듣게 되는 음높이를 가상 음높이라고 한다. 가상 음높이는 그 종류가 많으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상 음높이를 듣는 경우도 빈번하다. 만약 기초 음의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아도 그 음높이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기초 음 주파수가 음높이 판단의 유일한 단서가 아니며 심지어는 반드시 가장 중요한 단서라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기본음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주파수는 내려간다. 그리하여 기본음이 2,500Hz에 이르면 기본음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니까 합성음의 음높이 지각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배음은 그 기본음 주파수에 따라 달라지는 한편, 합성음의 부분음들이 정수배가 되는 배음들이 아닐 경우 가상 음높이의 결정은 아주 미묘해진다. 최근 음높이 지각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의 귀는 우리 가청음역의 중간 부분쯤에서 가장 그럴듯한 배음 시리즈를 골라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것을 골라 그 기본음을 기본음으로 간주한다. 이때, 배음들의 주파수가 정확하게 정수로 떨어지는 배가 아니더라도, 가장 정수에 가까운 것을 찾아내어 이를 바탕으로 가상 음높이를 만들어낸다. 타악기인 벨이나 차임 등의 악기가 정수배가 되는 배음들을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들 악기 소리를 들으면 음높이가 있는 것으로 들린다. 벨의 경우 우리가 때린 음 근처 주파수에 또 하나의 부분음이 있어서 그 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차임의 경우에는 이런 것이 없어 완전히 주관적인 방법으로 가상적 기본음을 찾아낸다.


음높이의 지각

우리가 청각기관을 통해 소리의 높이를 판단하는 근거로 위치이론과 주기성 감지 이론을 보았다. 음높이를 지각하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바에 일차적으로 의존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주파수 특성에 관한 데이터는 말초신경계를 통한 정보일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음높이의 지각이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경험에 따른 중추신경계의 작용에 따라 재정리되어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물리학적 주파수는 연속적 개념이지만 우리들이 생각하는 음높이는 단계적 개념인데, 우리가 주파수의 연속 속에서 영역을 분리하여 음높이로 지각하는 데에는 말초신경계뿐 아니라 중추신경계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점이다. 주파수라는 물리적 변수의 연속적 개념과 음높이라는 심리적 변수의 단계적 개념의 차이는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차이에 비유될 수 있다. 


음높이 지각에 관한 일반적 현상

음높이의 지각이 한 사람의 음악적 사전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문화 종속적 개념이기 때문에 음높이 지각에 있어 어떤 일반적인 원칙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상이한 문화권 음악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별다른 교류를 갖지 않았던 각 문화권의 상이한 음악 양식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보편적 현상이 있다면, 그런 현상들이야말로 음의 지각과 관련된 인간의 음악적 심성에 관하여 선천적이고 본질적인 무엇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지각 현상은 흔히 옥타브 동질성이라고 불리는데 물리학적, 혹은 생리학적 방법으로는 전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즉, 주파수가 배가 된다고 하여 물리학적으로 같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는 한 옥타브 위, 혹은 아래의 음을 본래의 음과 공통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지각한다. 또한 우리의 귓속에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할 만한 생리학적 구조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옥타브 동질성은 범문화권적으로 공통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현상, 음계와 그 수에 대한 공통적 현상은 인간이 공통으로 갖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한계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리학적으로 연속적인, 즉 그 수가 무한대인 주파수를 모두 다른 것으로 지각하여 기억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일정한 주파수 영역을 한데 묶어 모두 같은 것으로 지각한다. 이는 비슷한 것끼리 모두 묶어 같은 것을 하나의 범주로 느끼는 현상을 범주화라고 하는데, 우리의 모든 지각 기능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음높이에 있어서 이와 같이 한데 묶어진 한 범주가 음계에 있어서 계단 한 개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음의 계단을 우리는 음높이라고 하고, 각 음높이는 그 주파수의 배, 혹은 반이 되는 주파수 영역의 음높이와 공통성을 갖는 것으로 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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