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학은 소리를 다루는 학문이다. 음향학에서 다루는 소리는 인간이 들으려 하지 않는 소음이나 가청주파수를 넘어서는 소리, 또는 수중에서의 소리 등을 모두 포함하지만, 음악음향학에서는 음악의 재료가 되는 음악적 소리만을 다룬다. 음악은 인간이 작곡하고 연주하여 만들어 낸 소리이고 인간이 듣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다. 음악에서는 소리라는 말보다 음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보다 나아가서 음악에서 말하는 음은 일상적인 음악적 재료가 되는 지각 표상이다. 그러니까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따라 우리의 귀에 수용되는 모든 종류의 소리, 즉 말소리, 자연의 소리, 소음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인 반면 음은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단위가 되는 소리만을 가리킨다. 이런 견지에서 음은 소리의 일종이며 소리가 영어의 'sound', 음은 'tone'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음이 소리와 다른 점을 또 하나 꼽자면, 음은 이미 문화의 일부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 사용되는 소리와 음의 실질적인 구분은 다음의 예에서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한 사람이 한 옥타브 안에서 구별할 수 있는 소리 높낮이의 종류는 수십 가지, 혹은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근소한 높이 차이를 보이는 소리 모두가 각각의 음악적 단위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옥타브를 고작 5개, 7개, 혹은 많아야 12개 정도의 음높이만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한 옥타브 안에는 수많은 소리의 높이가 있고, 또 우리는 이것을 들어서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음악적 단위가 되는 음높이는 몇 개만으로 한정되어 있다. 

 


소리와 음의 요소별 대응 관계

공기의 진동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과 그것이 우리의 감각기관에 의해 수용되었을 때 우리가 그 소리의 특성을 어떻게 듣고 느끼느냐 하는 문제는 음향학과 생리학, 그리고 심리학의 공동관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특별히 심리음향학이라고 한다. 심리음향학은 모든 물리적 현상에 대해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정신물리학의 일종으로서, 물리적 현상 중에서도 특별히 소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음악적 기본 단위인 단음을 다시 요소별로 쪼개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따라, 모든 음은 네 가지 기본요소로 분석된다. 이것은 진동의 물리학적 성분에 따라 변하는 소리의 네 가지 요소들, 예컨대 소리의 높고 낮음, 크고 작음, 길고 짧음, 소리의 색깔 혹은 질에 대응하는 음 단위의 네 가지 요소이다. 소리의 일반적 특징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러한 용어들, 즉 높낮이, 크기 길이, 색 등은 모두 시각적인 개념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리가 '높다'는 말의 범문화권적으로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이고 또 누구나 이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주파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실제로 높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들 소리의 네 가지 요소들 즉 감각적 특성들이 음악적 소재가 되었을 때, 즉 음의 속성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음높이, 음량, 음가, 음색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심리 음향학자들은 소리에 대한 우리의 느낌의 근거를 물리적 세계에서 찾아 과학적으로 상호 연관 지으려고 한다. 이들 네 가지 요소들이 항상 일대일의 상응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음높이 지각에 미치는 다른 여러 가지 변인들 역시 여기서 함께 다뤄보기로 한다. 


음높이의 개념

음높이란 문자 그대로 소리의 높낮이를 가리킨다. 높이가 다른 두 음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중 어떤 음이 더 높은지 하는 상대적인 음높이를 판별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높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문화권에 공통으로 인식된다고 하는 옥타브라는 음정은 물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주파수가 배가 되는 지점이다. 주파수라는 물리적 척도가 아닌 우리의 감각 잣대 위에 소리의 높이를 배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높이에 대한 느낌은 항상 주관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같은 소리를 듣고도 다른 지점에 위치시킬 수도 있다. 순음의 경우 소리의 세기에 따라 음높이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합성음의 경우에는 음색에 따라 또 지속시간에 따라 음높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음높이의 느낌을 바탕으로 하여 보편적인 잣대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 한 일은 아니다. 주관적 음높이를 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멜이란 정신 물리학적인 음높이 잣대이며, 따라서 멜 값이 배가 될 경우 그 지점이 우리가 음높이가 배로 되었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음높이의 표준

우리는 흔히 A4는 440Hz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표준이 생긴 것은 불과 60여년 전의 일이다. 음높이의 표준을 정하기 전에는 불편한 일이 많았다. 최근 200년 동안은 음높이의 표준은 어느 정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든,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등이 작곡했던 음높이는 지금의 음높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19세기 초반 음높이의 표준이 높아졌는데, 이는 아마도 당시 금관악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금관악기는 높은 소리일수록 음색이 더 화려하기 때문에 당시의 교향악단에서 음높이의 표준을 높게 잡는 일이 성행하였다. 여러 역사를 거쳐 A4가 현재의 440Hz로 고정된 것은 1939년 런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부터이다. 요즘도 성악가들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노래할 때 화려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반음씩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떤 오케스트라는 화려한 음향을 위해 음을 높게 맞춘다. 소리굽쇠는 헨델 시대부터 편리한 도구였으나 요즘은 전자 음향으로 440Hz를 내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음높이의 표준이 움직이면 악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난다. 한 악기가 다른 음높이를 기준으로 연주하면 똑같은 음을 낼 수 없고 음조 또한 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목관악기에 심하게 나타난다. 또한 현악기는 음높이의 표준이 올라갈 경우 현의 장력이 커져 무리가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옛 거장들이 만든 명기들은 이미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현이 더 큰 장력을 견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악기의 주파수는 날씨에 따라 습도에 따라 변한다. 악기 자체가 팽창하여 소리가 낮아지는 경향을 초래할 수 있나 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현악기는 온도가 오르면 현의 장력이 내려가 오히려 소리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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