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신비
우리의 신체 중 아주 정교하면서도 그 상세한 기능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귀이다. 우리의 귀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아주 단순하다. 지름이 1cm에 불과한 고막 두 개가 안팎으로, 즉 1차원적으로 진동하는 것이 모두인데 우리는 양 귀에서 보고하는 1차원적 진동의 정보를 가지고 수많은 것들을 판단한다. 눈을 감고도 말소리인지 음악 소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하는 점까지 알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들려오는지까지 양 귀속에 있는 작은 고막의 진동만으로도 추정해 볼 수 있다. 만약 음원이 움직인다면 그 움직임을 보지 않고도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예컨대 눈을 감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리고, 왼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의 목소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면 우리는 이 세 사람의 위치와 거리 등을 순전히 청각에 의존해서 마음속에서 그려볼 수 있다.
귀의 구조와 기능
인간이 소리를 어떻게 수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청각 신경 체계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는 청각 생리학의 범주에 속하는데 여기서는 해부학적 측면에서의 구체적인 사항들보다는 공기의 진동을 소리로 듣는 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을 다루기로 한다. 인간의 청각기관은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측두골 오목한 곳에 있으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각질로 싸여져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외이
외이는 귓불 혹은 귓바퀴라고 불리는 귀의 바깥 부분으로 우리가 흔히 귓구멍이라고 부르는 이도를 거쳐 고막에 이르기까지의 기관을 가리킨다. 귓불은 공기의 진동을 받아 이도로 유도하며 그 진동은 이도를 통해 고막까지 전달된다. 개를 비롯한 많은 동물은 소리를 더 잘 받기 위해 귓불을 움직일 수 있다. 흔히 귀를 쫑긋한다는 말이 있는데 인간 중에서도 일부는 귓불을 약간씩 움직이는 경우도 있으나 인간의 귓불은 진동을 받아 모으는 이외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한 것으로 생각되어져 왔다. 귓불에는 굴곡이 있는데 이 역시 기능이 있다. 만약 귓불을 접는다거나 굴곡 부분에 무엇을 집어넣어 평평하게 한 다음 소리를 듣는다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그 근원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주파수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다른데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때는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미친다. 귓불에서 받은 소리는 이도를 통해 고막으로 전달된다. 이도는 고막을 날카로운 물체나 오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도 안쪽으로 막혀있는 고막은 기압변화에 대응하여 안팎으로 팽창하는 섬유조직의 얇은 판막이다.
중이
고막을 기준으로 해서 그 안쪽을 중이라고 하며 가장 흔한 귓병인 중이염은 바로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중이는 공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 관인데 유스타기관을 통해 목과도 통하게 되어 있다. 중이의 공기관은 심장박동과 같은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몸 안의 소리를 차단해 완전히 정숙한 상태에서 외부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중이 속에 공기가 있음으로써 고막 바깥 공기와 맞서 고막을 팽팽하게 유지해 준다. 비행기를 타거나 산 위에 올라갈 때 혹은 반대로 내려올 경우 고막 바깥쪽의 기압이 달라져 귀가 멍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흔히 한다. 이 경우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목으로 통한 유스타기관으로 공기가 새어 나가거나 들어감으로써 중이의 공기 압력이 외부와 서서히 맞기 때문이다. 중이의 공기관 안에는 세 개의 뼈가 있는데 이를 이소골이라고 한다.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 이 세 개의 뼈는 지렛대의 역할을 하여 진동을 증폭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모든 힘이 등자뼈의 안쪽 끝부분으로 집중되게 되어있다. 그리하여 고막이 망치뼈에 가하는 힘보다 등자뼈가 난원창에 가하는 힘이 약 1.3배 정도 된다. 이들 세 개의 뼈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고정된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안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되받아 진동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일단 내이 쪽으로 전달된 진동이 거꾸로 돌아 나와서 진동하면 그 울림 때문에 새로운 소리를 듣는 데 크게 방해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이에는 고장근과 등골근 두 개의 근육이 있다. 고장근은 망치뼈에 부착되어 고막의 장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등골근은 등골을 옆으로 잡아당기면서 이소골 연쇄의 움직임을 감소시킨다.
내이
중이의 가장 안쪽의 뼈는 난원창이라고도 불리는 타원형의 얇은 막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막을 기준으로 안쪽은 내이에 속한다. 내이는 측두골 내부에 보호되어 있으며 미로와 같은 통로를 형성하는 부분이므로 와우각이라고 불리는 나선 모양의 뼈 사이에 있는 일종의 관이다. 달팽이관은 외임파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으며 그 가운데는 와우관 또는 중계라는 부분이 있으며 여기에 외임파보다 점성이 더 큰 내임파라는 액체가 들어있다. 중이로부터 전해져 들어오는 진동이 내이의 액체를 진동시키면 그 진동의 대부분이 다시 튀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달의 효율은 크게 저하된다. 와우각, 혹은 달팽이관은 기저막이라는 부드러운 막에 의해 전경계와 고실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전정계가 중이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한편 전정계와 고실계는 와우공이라는 작은 구멍으로 통한다. 한편 고실계는 원형창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원형창은 더 이상 아무것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충격완화 기능만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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