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

소리가 전파하는 도중 다른 소리를 만났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다루었던 벽과 같은 장애물, 바람, 온도변화 등의 공통점은 모두 소리의 전파에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인데, 소리가 전파되며 만나는 다른 소리 역시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여러 음원에서 나오는 소리를 합쳐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실내악이나 교향악을 들을 때든, 오디오를 통해 소리를 들을 때든 음원은 하나 이상이며, 그 방향도 각기 다른 경우가 많다. 만약 비슷한 음파들이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부터 도달하면 서로 합쳐질 수도 있고 상쇄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틀어 간섭이라고 한다. 두 음원이 같은 음을 발산한다면 각각의 스피커는 음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때 두 파면이 만나는 지점들은 서로 합쳐져 이론적으로는 진폭이 배가 되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 한 파면의 마루와 다른 파면의 골이 만나게 되면 서로 상쇄되어 이론적으로는 소리가 없어질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보강간섭이라고 하고, 후자의 경우를 상쇄간섭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실내의 상황 속에서는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수많은 반사음과 복잡하게 얽혀 전달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실생활에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이러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실제로 같은 방 안에서도 소리가 잘 들리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소리의 상호 간섭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맥놀이 현상

주파수가 서로 가까운 소리끼리 만나서 일어나는 상호 간섭현상을 맥놀이라고 한다. 싸인 파를 옆으로 계속 이어놓으면 맥놀이 현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주기는 맥놀이를 일으키는 두 소리의 주기의 차이와 같다. 맥놀이 현상은 실제로 악기 조율에 널리 사용된다. 고주파끼리일수록 진동수의 차이는 그만큼 더 크다. 일반적으로 맥놀이 주파수가 0.5Hz 미만인 지점까지 맞출 수 있다면 이는 잘 된 조율로 인정한다. 반대로 맥놀이 주파수가 점차 커지면 거친 소리를 내며 이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한 가지 요소가 된다. 


이제까지 소리의 기본적인 특성들과 소리가 음원으로부터 전파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았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공기의 진동은 시간에 따른 음압 변화라는 2차원적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모든 정보가 이 그래프 안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를 오실로스코프를 통해 볼 수도 있다. 또한 마이크의 진동을 통해 기록하여 LP나 CD에 소리 정보를 저장해 놓을 수 있으며, 또 스피커의 진동을 통해 이를 소리로 재생할 수도 있다. 이 속에는 소음을 비롯한 모든 음악적 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우리의 귀는 이 단순한 이차원적 그래프 안에서 음악 소리와 소음을 구별하고 피아노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도 분리해 낸다. 다음 장에서는 소리의 기초 구성성분인 싸인 파와 그것의 합성, 그리고 공명 등을 통해 소리의 분석과 합성의 과정을 보기로 한다.

 


싸인 파와 순음

음향학을 다루면 항상 제일 먼저 등장하는 파가 바로 싸인 파이다. 싸인 파가 내는 순음은 소리굽쇠나 음향 실의 기기 같은 전자매체를 통해서 들을 뿐, 실제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소리를 음향학적으로 설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며 또한 음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음향들도 수많은 싸인 파의 합성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여기서 그 기본개념을 다룬다. 앞서 싸인 파가 내는 순음은 기계적인 소리를 통해 듣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음역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며 일상적인 소리와는 다른 점이 많이 있다. 우선 낮은 음역에서 이 소리는 고물 라디오에서 나는 잡음과 같이 칙칙거린다. 높은 음역에서 순음은 연속적인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듣기 좋은 소리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벽으로 막혀 있어 어느 정도의 잔향이 있는 방에서 순음을 들을 때는 그 소리가 오는 방향을 잘 알 수 없다. 순음의 경우 음소 판단의 중요한 단서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순음을 들을 때면 한쪽 귀로 더 크게 듣는다. 특별히 이러한 양이 불균형 현상을 가지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순음의 경우 소리가 점점 커지면 음높이가 변하는 것으로 들린다. 지금까지 예를 든 모든 현상이 일상적인 음악 소리, 즉 배음을 가진 소리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순음을 우리는 음향학이나 음악심리학 교과서에서 혹은 실험실의 기계를 통해서만 접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비실용적인 음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우리가 듣는 모든 합성음을 수학적으로는 싸인 파의 합성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인 파의 합성과 분석 : 푸리에 스펙트럼 분석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는 어떤 음파라도 그것이 주기적이지만 하다면 특정한 강도, 주파수, 위상을 가진 싸인 파의 합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합성의 요소가 되는 싸 인파들의 주파수는 모두 기본음의 자연수 배로 되어있으며 모든 종류의 합성음을 여러 개의 싸인 파로 분석하는 수학적 분석 방법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푸리에 스펙트럼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음파 속에서 고배 음들은 그 에너지가 미약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저 배음 몇 개만 가지고도 본래와 비슷한 음파 형태를 얻을 수 있는데 여기에 예외적인 것이 사각 파이다. 사각 파는 수많은 홀수 배음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는 기본음 1주기 동안 3배 음은 3주기, 5배 음은 5주기를 갖고 이들 세 곡선이 모두 같은 위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이 사각 파를 만드는 조건들이다. 사각 파는 오르간 파이프와 몇몇 목관악기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예이며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악 음은 홀수배음만 아니라 짝수 배음도 가진다. 그리고 각 배음에 에너지가 어떻게 분포되었는지에 따라 그 합성으로 생기는 파의 모양은 바뀌게 되고 이들 소리는 우리에게 음색의 차이로 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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