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
반사 벽과 같이 고체로 된 물체만이 소리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소리가 기온이나 밀도가 다른 지역을 통과한다든지, 바람 부는 지역을 지나갈 때 소리는 휘어지게 된다. 이러한 소리의 휨 현상을 굴절이라고 한다. 우선 기온과 관련된 굴절 현상을 보자. 야외음악회에 가본 사람이라면 낮보다는 밤에 더 멀리서도 잘 들린다는 사실을 경험했을 것이다. 보다 일상적인 예를 들자면 교회의 종소리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듣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밤이 조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기도 하지만, 소리의 속도가 기온과 관계가 있어 기온이 다른 대기를 통과하면서 소리가 굴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해가 지고 저녁때가 되면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지면의 온도가 하강한다. 소리는 찬 공기보다 높은 따뜻한 공기 속에서 빠르게 전달되기에 파면은 그려진 것처럼 지면을 향해 휘어지게 된다. 휘어짐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보다 현실성 있는 예를 생각해 보자. 즉, 수레의 왼쪽 바퀴는 빨리 돌고, 오른쪽 바퀴는 천천히 돈다면 수레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나가게 된다. 맑고 갠 날은 지면의 복사열 때문에 지면과 인접한 공기가 가장 더우므로, 지면에 가까운 음일수록 전파속도가 빠르고 파면은 위로 굽어지므로 소리는 공중 쪽을 향하여 굴절할 것이다. 따라서 음원에 가까운 위치가 아니면 소리가 훨씬 작게 들릴 것이다. 온도의 변화만 아니라, 바람 역시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어느 정도 고도 위에서 바람이 불면, 지면에 가까운 공기는 거의 정지해 있고 풍속은 고도와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경우, 청자가 바람 부는 방향 쪽이 있다면 바람은 이 관찰자에게 가까이 가면서 상층부로 갈수록 더욱 빠른 음을 실어다 준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파면이 굴절되어 소리는 치면 쪽으로 휘어져 더 큰 소리를 듣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하여 소리를 친다면 소리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바람이 음파를 밀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음속을 능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풍향이 관찰자로부터 음원을 향하는 경우라면, 풍속이 대기 속에서보다 지면 가까이서 더 느리다. 따라서 파면은 공중을 향하여 굴절되며 소리는 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굴절은 음파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파에서 다 나타나며, 사막의 신기루 현상 역시 광선이 공기밀도가 다른 지역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바뀔 때는 완전히 방향을 바꾸게 된다. 물 속에 막대리를 꽂아 놓았을 때 빛이 두 가지 다른 물질의 경계에서 휘어지는 현상 역시 파의 굴절에 해당한다.
회절
회절은 소리가 장애물은 만나 휘어지는 또 다른 형태인데, 흡수나 반사, 굴절과는 달리 주파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요즘 고속도로의 양옆에 차음 벽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소리가 회전되지 않는다면 벽의 건너편 방향에서는 소음을 듣지 못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벽을 넘어 소리가 지면 쪽을 향하여 휘기 때문이다. 일정한 입구의 넓이가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고주파는 그사이를 그대로 통과할 수 있지만, 이 입구의 넓이보다 파장이 길면 회절하지 않고는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파장이 길수록, 즉 주파수가 넓을수록 소리는 옆으로 분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음 벽은 고주파의 소리는 어느 정도 막아주는 데 반해 저주파의 소리에는 별다른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방파제를 생각해 보면 수면파의 회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방파제의 왼쪽에는 파장이 긴 물결이 해안까지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결이 분산되어 방파제 입구와 수직인 방향만 아니라 항구 안의 모든 부분에 도착한다. 물론 파도가 본래 밀려오던 방파제와 수직 방향의 물결이 가장 강할 것이지만, 직접적으로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파도의 음영지역인 방파제 뒷면까지도 파는 전달된다. 소리가 만약 회절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입에서 발산되는 소리는 입의 수직 방향만 아니라 입 주위의 양옆으로 분산되는데, 이는 음파가 직경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입을 통과하면서 회절하기 때문이다.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의 끝에서 발산되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왼쪽 귀가 오른쪽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역시 회절 때문이다. 저음의 경우 파장이 머리보다 크기 때문에 회절이 잘 되기 때문에 양쪽 귀에서 들리는 음의 세기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파장이 짧은 고음은 음영을 많이 형성하므로 한 귀가 다른 귀보다 더 잘 들린다. 이런 양 귀에 들어오는 파의 차이가 음원의 위치를 추정하는 음소 판단의 단서 중 한 가지로 활용된다. 보통 오디오의 스피커를 보면 고음 발산시키는 부분은 좁은 입구를 가지고 있고, 저음을 발산시키는 부분은 입구가 넓음을 볼 수 있다. 스피커의 저음은 파장이 길어 넓은 입구를 통과하더라도 회절하여 고르게 분산되지만 전방을 향한 고른 원추형을 이룬다. 파장이 짧은 고음이 넓은 입구를 무난히 통과할 경우 음원으로부터 직선 방향으로만 계속 나가는 성질이 있어 방안에 골고루 퍼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면파의 예를 들었듯이 회절은 음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빛 역시 분산된다. 그런데 빛은 소리에 비해 파장이 짧기 때문에 소리보다는 훨씬 덜 분산된다. 예를 들어 구급차가 밤에 전조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골목의 끝에 근접해 있고,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 음영지점에 사람이 서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회절 현상으로 인하여 사람은 구급차가 내는 사이렌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전조등의 빛은 그다지 눈부시게 전해져오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가시광선의 파장이 대부분의 일상적인 물체나 통로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거의 회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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