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면에서의 소리전파

앞서 말한 구면파와 평면파와 같은 원리를 가진 악기를 찾아보자. 우선 모든 악기는 모든 부분이 진동체이며, 진동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악기의 경우 현은 1차원적 진동을 하지만 그 진동이 몸통의 한 면에 전달되면 2차원적 진동으로 바뀌게 되고 울림통 속의 공기는 3차원적으로 진동한다. 이 부분에서는 2차원적 진동을 다루는데 악기의 면은 크게 보아 막과 판의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악기의 면을 구성하는 막은 비교적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있고 그 가장자리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반면에 판이란 상대적으로 딱딱한 물체를 일컬으며 그 자체의 재질과 크기에 따라 진동의 특성이 변한다. 같은 2차원적 진동면이지만 북 종류의 악기는 막으로 되어있고 실로폰이나 심벌즈의 진동면은 판에 속한다. 막이란, 북의 면은 대개 가죽이나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그 가장자리를 팽팽하게 당겨서 장력을 유지한다. 막은 장력에 의해 조율된다는 점에서 현과 유사하지만 2차원적 진동에 속하기 때문에 진동의 양상은 훨씬 더 복잡하다. 가장 쉬운 예로 팀파니나 큰 북의 면과 같이 가장자리에서 고르게 당겨주는 원형의 막을 생각해 보자. 여기에서의 선은 진동의 폭이 극소화된 지점을 나타내는 선을 가리키는데 처음 두 개는 둥근 대칭형으로 되어있으나, 뒤의 두 개는 비대칭적임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판은 나무나 쇠 등 딱딱한 물체로 되어있고 막으로 된 면과는 달리 그 가장자리에서 당겨줌으로써 생기는 장력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동체의 딱딱한 정도, 즉 힘이 가해짐으로써 생긴 움직임에 대한 복원력이 진동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판의 진동 양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로폰의 면과 같이 긴 형태의 면은 심벌즈와같이 넓고 둥근 판과 서로 다르다. 

 


3차원적 파

면에서의 파보다 3차원적 파는 가시화시키는 것이 힘들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파를 그대로 사진 찍을 수는 없지만 벨 연구소 등에서 3차원적인 파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카메라를 이용하여 파의 전달 과정을 가시화할 수 있는 기법을 고안해 냈다. 소리가 전파되는 양상은 서로 크게 다르다. 소리의 근원이 점이거나 혹은 구면과같이 완전한 대칭을 이룰 때는 구면파를 형성하며 퍼진다. 이와는 달리 선으로 된 근원이나 얇은 면으로 원은 원통형으로 확산한다. 물론 실제 소리의 근원은 점일 수도 없고 선이나 면일 수 없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소리 근원을 대체로 이러한 종류로 나누어 볼 때 작은 스피커는 원형을 그리며 퍼지고 큰 면을 가진 스피커는 원통형으로 확산한다. 유형의 대칭구조는 반사되는 물건이 없는 무향실에서만 관찰될 수 있다. 3차원적인 진동이 전달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특히 고체에서의 진동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고체는 종파와 횡파 모두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고체를 통한 파의 전파의 예가 지구의 진동, 즉 지진이다. 소리란 본래 전파를 그 기본 전제로 한다. 소리굽쇠가 진동하면 이 진동은 공기 중에서 모든 방향으로 음파를 형성 내 나간다. 만약 진공 속에서 소리굽쇠의 진동 현상이 일어나 전달 매체인 공기가 없어 소리가 전파되지 않았다면 소리가 나지도 않은 것이다. 

 


실외 음악

음악은 주로 실내에서 연주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실내에서는 소리가 계속 벽을 부딪치며 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에 비해 실외에서 소리는 벽에 부딪히는 반사음이 뒤따르지 않고 바로 소멸하므로 반향도 없고 소리의 지속성도 없다. 따라서 거리가 멀어지면 소리가 급격히 작아져서 먼 거리에 있는 청중들에게 음을 고르게 배분하기에는 곤란하다. 소리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거리가 산술급수적으로 멀어짐에 따라 그 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음원의 소리가 아주 큰 것이 아니라면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대부분 야외음악당의 공통적인 특징은 연주자의 뒤쪽에 반사 구조물이 있고 객석은 계단식으로 되어있다. 지면을 제외한 모든 방향으로 완전히 트인 공간에서는 소리가 더욱 쉽게 분산되기 때문에 반사 구조물과 계단이 서로 마주 보면서 소리의 분산을 막아 준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소리가 전달될 것이다. 반사 벽은 주로 둥근 모양으로 되어있고 많은 경우에 무대의 윗부분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청중을 위해서뿐 아니라, 연주자끼리 소릴 듣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을 준다. 반사 벽은 무조건 소리가 분산되지 않도록 막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이 객석으로 골고루 전달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반사 벽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리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반사되어 나간다. 한편 계단형으로 만들어진 객석은 대개 돌이나 시멘트 등으로 되어 있고 의자도 실내 음악회장과는 달리 딱딱한 재질로 되어있다. 소리를 잘 반사할 수 있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야외에서 듣는 박수 소리는 의자나 카펫 등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어 더욱 선명하게 메아리친다. 계단형의 객석은 계단의 폭에 따라 음원과의 거리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메아리의 시간 간격도 달라진다. 결국 실외 음악회장이라고 해도 모든 면이 개방된 것은 아니다. 우선 바닥이 개방되어 있을 수는 없고, 무대의 뒷면에는 보통 반사 벽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계단형의 객석이 있어 최소한 3면이 막혀있다. 실내음악 회장에서 문 하나만 열어도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나의 문만 개방됐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발생하는 소리의 손실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에서 개최되는 독주회는 거의 없으며 대개는 합주, 특히 큰 소리를 내는 관악, 타악기로 된 밴드 음악이 대부분이다. 또한 많은 경우에 마이크와 앰프, 스피커를 사용하여 소리를 확장한 곡이 많이 연주된다. 

'음악음향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절과 회절  (0) 2024.05.21
도플러 효과에 따른 주파수 변화 현상  (0) 2024.05.21
소리의 속도  (0) 2024.05.19
소리의 전파 과정  (0) 2024.05.18
음악, 소리, 소리의 과학  (0) 2024.05.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