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학이라는 딱딱한 분야는 실제의 음악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소리는 단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음악을 전달하는 매개물일 뿐이며, 따라서 이 매체에 대한 학문인 음향학은 음악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보다 폭넓은 표현을 하고 싶은 음악적 욕망이 피아노라는 악기의 개발을 촉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음량을 쉽게 조절하고 페달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악기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멋진 작품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음악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소리가 바뀌기도 하지만, 역으로 시대와 사회문화적 환경이 변천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소리의 폭과 종류가 바뀌면 이에 걸맞은 음악이 만들어진다.
음향학적 관점에서 본 음악
음향학은 소리의 과학. 음악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음향학자들은 음악을 공기 속에서 일어나는 진동 현상의 하나로 간주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 음원과 그 주위의 공기에 압력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며, 이런 자극은 주변 공기의 밀도에 변화를 일으켜 공기의 입자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진동은 점차 그 주위의 공기를 통해 퍼져나가고 인간의 청각기관에 의해 이러한 진동이 감지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소리'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정의는 음악가들에게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네바리와 레지가 단적인 예를 들어 음향학적으로 바라본 음악의 관점을 설명한 바를 인용하자면, 우리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진동"은 놀이터 그네의 왕복 운동이나, 전등불을 켜면서 전구 속에서 일어나는 진동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진동은 청각기관이 아닌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될 수도 있다. 그네의 진동은 그 옆에 서서 그네와 부딪히게 되면 느낄 수 있고(촉각), 전구 속의 진동은 빛으로 느낄 수 있다(시각). 청각기관에 의해 감지되는 진동의 경우, 그 주파수가 우리의 가청 영역에 들어와야 그제야 소리로 들린다. 진동이 느린 산들바람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정도가 거세지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공기의 진동이 빨라지면서 가청주파수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리로 들리는 진동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음향학적 용어를 사용하자면 주기성을 가진 소리와 비주기적 소리이다. 진동이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은 같은 것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뜻이며,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진동으로부터 나오는 많은 소리가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어 선풍기의 날개가 회전하는 소리나 텔레비전 시험방송 소리 때 나는 소리 등은 주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음의 높이를 느낄 수 있다. 주기성을 가지는 소리는 1초 동안 몇번의 주기를 가지느냐 하는 초당진동수, 혹은 주파수를 가진다.
주기성과 음향
어떤 진동이 주기성을 갖는다는 것은 같은 형태의 진동이 계속 반복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진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 있는 '기록'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의 진동을 기록하는 지진계나 심장의 고동을 기록하는 심전계 역시 모두 시간에 따른 진동 상황을 기록한 자료이다. 소리를 내는 어떤 진동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록하고 싶어 소리굽쇠라고 불리는 진동체의 끝에 연필을 닿았다고 가정하자. 그럼 소리굽쇠의 진동에 따라 연필은 진동할 것이고 이러한 진동을 종이에 그리게 될 것이다. 소리굽쇠의 진동 방향으로 상하의 축을 설정한 후, 일정한 속도로 종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면 시간에 따른 소리굽쇠의 상하 진동이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진동이 강하다면 진동의 폭 즉, 진폭이 넓어져 그래프에서 더욱 상하 운동의 폭이 넓은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지진계나 심전계 역시 시간에 따른 진동 기록이며 가로축은 시간을, 세로축은 진폭을 나타낸다.
배음, 주파수 및 음높이
개방현 길이의 반은 개방현 진동수의 2배의 속도로 진동하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내며, 3분의 1은 3배의 속도로 진동하여 12도, 4분의 1은 4배의 속도로 진동하여 두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이처럼 여러 가지 진동의 합성으로 되어있다. 한 소리를 내는 여러 가지 다른 주파수와 에너지를 같은 소리의 구성음들을 부분음이라고 하며, 그중에서 개방현의 진동음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기름, 그리고 기름의 2배, 3배 등 자연수 배가 되는 음들을 하모닉스라고 한다. 과거에는 우리말로 흔히 "배음"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흔히 배 음렬이라고 불리함을 표를 보면 주파수가 1배부터 10배가 되는 음까지 나열되어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1배 음은 문자 그대로 주파수가 기름의 1배가 되는 기름 그 자체를 가리키며, 음표 밑의 숫자들은 바로 제 몇 배음인가, 즉 주파수가 기름의 몇 배가 되는지를 가리키는 숫자가 된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도'는 음향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주파수가 그 자연수 배가 되는 여러 가지 부분음들의 합성으로 되어있다. 어떤 부분음이 얼마큼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악보 위의 똑같은 음을 똑같은 세기로 두 개의 악기가 연주할 때 느끼는 음색의 차이도 바로부분음 간의 에너지 분포가 달라서이다. 우리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를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가청주파수 영역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보통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20헤르츠로부터, 2만 헤르츠까지의 주파수 영역을 들을 수 있다. 선풍기를 점점 세게 틀면 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초당진동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동의 빈도, 즉 주파수란 물리적인 잣대이고 음악에서의 "음높이"는 심적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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