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에 따라 배음들이 갖는 비중은 모두 다르다. 현악기나 개관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모든 배음을 가지고 있지만 폐관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홀수 배음만을 가지고 있다. 즉, 짝수 배음이 없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음의 특성이 실제로 음색에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19세기 헬름홀츠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인성을 포함한 모든 소리가 많은 배음들의 연속으로 되어있는데 바로 이것이 음색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귀가 음색을 듣고 구분하는 과정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며,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배음이 별로 없는 소리, 즉 순음이나 이에 가까운 소리는 부드럽고 유쾌하다. 거침이 없으나, 저주파에서는 둔한 소리를 낸다. 둘째,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리, 즉 제6 배음까지 어느 정도 음량을 가진 소리는 배음이 별로 없는 소리에 비하며 더 풍부하고 더 음악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고배음이 별로 강하지 않을 경우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성을 잃지 않는다. 셋째, 클라리넷과 같이 홀수 배음만을 가진 소리는 공허하다. 만약 배음이 많아지면 비음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본음이 셀 경우 풍부한 소리, 약할 경우 빈약한 소리가 난다. 넷째, 7 배음 이상의 고배음이 세면 거칠고 예리한 소리로 들린다. 


음파의 주기성과 파형

타악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악기는 주기성을 가진 소리, 즉 악음이다. 대부분의 악기는 몇 초 동안, 즉 같은 진동이 몇백 번 반복되어도 음색이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연주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완전히 똑같은 힘을 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간이 연주하는 곡에서 사용되는 음은 주기마다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악기가 한 음을 같은 음색으로 지속해서 소리 낼 경우, 그 소리의 음파를 보면 단일한 패턴의 연속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반복되는 단위를 주기라고 한다. 주기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모든 부분음의 주파수가 기음의 자연수 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수 배가 아닌 부분음을 포함하고 있다면 주기마다 같을 수 없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파의 형태를 파형이라고 하며, 파형은 배음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합성음의 푸리에 분석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는 모든 주기적인 진동은 단순 진동을 합성하여 만들어진다는 수학적 정리를 세웠다. 일명 푸리에 분석이라고 불리는 그의 분석 방법에 의하면 어떤 복잡한 합성파이든지 주파수가 자연수 배 관계에 있는 단순 배음들의 진폭과 위상, 두 가지 변수를 밝혀내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리에의 분석 방법에 의하면 주기를 가진 합성음의 음색은 배음들의 상대적 진폭에 따라 달라지므로 우리는 배음들의 막대그래프를 보면 그 음색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시각에서 빛이 구성하는 색들로 분해된 결과를 스펙트럼이라고 하는 데서 유추한 것이다. 


스펙트럼 분석 과정

스펙트럼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동을 기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진동 기록 방법은 얇은 진동판을 때려 그 진동을 불빛으로 거울에 비추어 움직이는 사진필름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필름에 남겨진 불빛의 궤적으로 형성된 그래프를 오실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리고 난 후 푸리에의 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이 음파의 배음의 진폭과 위상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느리고, 손이 많이 가면서도 부정확하기 때문에 전자적 장비들이 사용된다. 스펙트럼 분석기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아날로그 스펙트럼 분석기는 필터를 사용하여 배음을 하나씩 분리한다. 디지털 스펙트럼 분석기는 한 주기를 표본으로 채집하여 컴퓨터에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각 배음의 진폭과 위상을 계산한다. 


악기의 음색과 스펙트럼 특징

음색을 특징짓는 가장 큰 요소가 스펙트럼에 있다면, 각 악기마다의 음색적 특징을 그 고유한 음색을 만드는 스펙트럼에서 찾아봐야 하는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오보에와 혼의 음색이 다른 만큼, 그들의 스펙트럼 특징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물음은 아주 당연한 사고 과정의 귀결일 것이다. 그렇게 악기의 음색을 알아내기 위해 그 악기의 전형적인 스펙트럼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악기 음을 오랫동안 분석해 본 결과 한 악기가 모든 음역에 비슷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리의 세기, 높이에 따라 같은 악기라도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악기가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에서 스펙트럼의 차이를 보이며 어떤 경우에는 음계에서 근접한 두 음마저 배음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한 악기의 스펙트럼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한다. 음역뿐만 아니라 음량에 따라서도 변한다. 작은 음은 배음이 작고 큰 음은 넓은 음역에 거쳐 많은 배음을 가지고 있다. 음의 스펙트럼은 연주자가 어떻게 음을 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연주하고 녹음하는 방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얼마만큼 잔향을 가지는 곳에서 녹음되느냐에 따라서도 변하고, 녹음될 때 악기와 마이크의 각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또한 간섭이나 회절 역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몇 가지 일반화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클라리넷은 낮은 음역에서는 짝수 주파수가 미약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짝수 배음이 낮은 소리가 모두 클라리넷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아니다. 고배음이 많은 음은 더 밝은 느낌을 주고 적은 음들은 어두운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화시켜 말할 수 있는 전부다. 어떤 배음 구조와 특정 악기를 연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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