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두 대의 바이올린이 완전히 똑같이 연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두 사람이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해도 그들의 연주는 각 음이 시작하는 시점, 주파수, 소리의 크기와 음색 등 여러 가지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선율은 한 사람이 좀 더 크게 연주하는 소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이런 미세한 차이는 차치하고, 일단 두 대의 바이올린 소리가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즉, 두 사람은 완벽하게 똑같게 연주하기 때문에 혼자 연주할 때와의 하나의 차이점은 소리의 크기라고 한다면 소리는 혼자 연주할 때보다 얼마만큼 커질까. 같은 데시벨의 소리 두 개를 동시에 듣는다고 해서 두 배로 크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간단하게 끝날 문제는 아니다. 두 음의 주파수가 일치하는 아주 간단한 경우를 다루었으며 이는 임계대역폭과의 관계와 차폐보다 복합적인 문제이다.
임계대역폭과의 관계
기저막의 표면에는 말초신경 섬모가 있어 어떤 부분의 섬모가 자극되었는지에 따라 소리의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다. 우리의 귀는 한 개의 소리만을 듣지 않는다. 주파수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소리가 동시에 우리 귀에 들어올 때 우리에게 어떻게 들리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우선 두 주파수 사이의 간격이 주요 요인으로 등장한다. 두 음의 주파수가 완전히 일치할 경우 우리는 한 음이라고 느낄 것이다. 주파수 차가 적어 맥놀이가 천천히 진행되면 음량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듯한 일종의 트레몰로 효과를 준다. 두 음의 간격이 벌어져 맥놀이가 빨라지면, 즉 맥놀이 주파수가 증가하면서 점차 거친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넓어지면 그제야 두 음을 따로 듣게 되는데 거친 느낌은 이때까지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주파수 간격이 더 넓어지면 두 음 간의 관계는 부드럽게 변한다. 일상에서 예를 들면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출 때처럼 소리를 들을 때도 주파수대의 좁은 간격에 맞춰 듣는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청취하고자 할 때 청취자가 맞춘 다이얼 주파수가 방송국이 지정한 주파수와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을 때 거친 소리가 나는 주파수 영역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계 주파수대역
임계주파수 대역이란 두 개의 소리의 상호간섭으로부터 비롯된 거침의 과정을 넘어 비로서 두 개의 음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지점까지의 영역을 가리킨다. 다시 기저막의 주파수 감지 영역과 연관시켜 보면, 기저막에는 특정 주파수에 반응을 보이는 지점이 있고 이 지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내의 영역을 임계 주파수대역이라고 한다. 이런 영역 내의 각 지점은 이 주파수보다 약간 높거나 낮은 주파수를 담당하는 지점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두 소리가 마찰을 일으켜 거친 느낌을 주지 않고 부드러워지는 사실은 두 소리가 기저막의 다른 임계대역으로 감지되게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파수가 가까운 두 소리가 기저막의 같은 임계대역에 들어옴으로써 거친 느낌이 생기는 점은 다음의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주파수 차이를 가진 두 음이라도 만약 우리가 두 음을 분리하여 양쪽 귀에 따로따로 들려준다면 거친 느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는 우리 양쪽 귀의 서로 다른 기저막 부분을 자극하기 때문에 같은 임계대역 안에 두 주파수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계대역의 폭
임계대역폭이란 문자 그대로 기저막에서의 임계 대역의 넓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기저막은 주파수 영역에 따라 담당하게 되는 주파수의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인간의 기저막은 주파수의 차이에 따라 균등 분할된 것이 아니고, 주파수의 비에 따라 등간격으로 분할되어 있다. 즉, 음이 한 옥타브씩 뛰면 그 주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비는 모두 앞에 있는 것의 2배가 된다. 그러므로 단3도 보다 좁은 음정들이 우리에게 불협화음의 느낌을 주는 것도 두 음이 임계대역폭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한 것이다. 음정이 아닌 주파수 영역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한 임계대역이 고주파에서는 저주파에서보다 훨씬 더 넓은 주파수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 주파수 영역에 따른 임계대역폭을 보면 주파수 영역이 상승함에 따라 임계대역폭이 급격히 넓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저막의 고주파 영역으로 갈수록 더 넓은 영역을 맡게 되는 만큼 중심주파수 위의 영역이 아래 영역보다 약간 넓을 것이다. 즉, 중심 주파수란 임계대역폭의 산술적 평균 지점에 있지 않고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오해가 없도록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임계대역폭은 넓이의 개념이지 기저막에서의 고유 영역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음량과 임계대역
임계대역폭은 음량의 합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몇몇 음향학자에 의해 발견된 사실에 의하면, 우리 귀의 기저막에는 주파수 감지 영역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소리를 들을 경우, 두 개 음의 주파수가 같은 임계로 안에 들을 때에 비해 서로 다른 영역에 분산되어 있을 때 훨씬 더 큰 소리로 듣는다는 것이다. 즉, 한 음의 주파수를 고정시켜 놓고 다른 한 음의 주파수를 움직이면 주파수의 차이가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플래토 현상을 보이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갑자기 소리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바로 이 지점이 두 음이 같은 임계대역폭 안에 있다가 서로 다른 임계대역으로 이동하는 지점이다. 기저막이 특정한 주파수에 의해서 일단 한 번 진동했으면 소리의 강도가 꽤 커져야만 소리가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저막의 어떤 지점이 진동할 때, 그 진동이 속한 임계대역 밖의 다른 지점들의 감각까지 둔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같은 음량을 가진 두 음 그러니까, 주파수가 크게 달라 기저막의 서로 다른 지점을 자극하는 두 음은 두 주파수가 같을 때 비하여 더 큰 음량을 가지게 된다. 앞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옥타브 간격으로 연주하는 소리의 음량은 바이올린 두 대의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같은 이유로 네 대의 바이올린이 함께 하는 연주보다 현악 4중주의 연주가 훨씬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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