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과 파

소리는 그것이 통과하는 공기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된다. 여기에서 문제의 초점은 음원의 진동으로부터 발생한 공기의 움직임이 어떻게 파를 형성하면서 다른 곳으로 전달되느냐 하는 점이다. 진동이란 진자운동과 같은 한자리에서 왕복운동이며, 파란 수면을 돌을 던졌을 때 일종의 퍼짐현상이다. 진동은 그 주위의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러한 진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파가 형성된다. 하지만 이 부분의 공기를 멀리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예를 들자면 파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다 멀리서 파도가 밀려 들어올 때 먼 곳에 있는 파도가 해변 쪽으로 전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리 있는 물이 해변으로 움직여 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오디오 스피커 주위에 종이를 들고 있으면 스피커의 주위에 있는 공기의 진동이 종이를 진동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스피커가 낮은음의 큰 소리를 낼 때는 그 주위에 유리창이나 물체들까지 진동하는 것을 볼 수 있을 때도 있다. 여기서 특별히 낮은 음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똑같이 큰 소리로 들리더라도 낮은음은 훨씬 더 큰 폭의 진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실제로 공기의 입자들이 이동한다면 우리는 스피커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것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파가 스피커와 귀 사이를 통과하면서 그 부분의 공기를 연쇄적으로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파의 형성 : 종파와 횡파

앞서 언급한 대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음원과 그 주위의 공기에 압력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극은 주변공기의 밀도에 변화를 일으켜 공기의 입자들이 진동하게 한다. 피스톤으로 소리굽쇠에 연결된 관을 상상해 보자. 소리굽쇠가 진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공기 분자는 공정히 배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리굽쇠가 진동하면서 피스톤을 당겼다고 생각해 보자. 공기 입자가 소리굽쇠 쪽으로 밀리게 될 것이고, 밀려서 공기의 입자가 몰린 지점은 그 주위의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관 속에는 밀도가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이 생겨난다. 밀도가 낮은 부분으로 공기 입자가 모이면서 그곳의 밀도가 높아지고 압축된 공기가 팽창하여 다시 양옆으로 퍼지면 그곳은 다시 밀도가 낮은 부분이 된다. 자극이 가해지는 방향, 즉 소리굽쇠의 진동도 좌우 운동이고, 진동체가 소리를 전달하는 방향 역시 좌우로 전달된다. 이와 같은 파를 종파라고 하고, 공기 중의 소리는 모두 종파로 전달된다. 횡파의 경우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를 그려볼 수 있지만, 종파의 경우에는 밀도 차이만 보았지 파를 그릴 수는 없었다. 종파는 횡파에 비해 시각적으로 파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입자들이 진동함으로써 변화한 위치를 변위라고 하고, 진동의 넓이를 진폭이라고 한다. 파에서 진폭은 바로 개별 입자들의 진동 폭이며 O와 A 사이의 간격이다. 그것은 음원이 진동할 때의 진폭에 의해 결정된다. 변위와 압력변화 사이의 관계를 보면 밀도 높은 부분은 공기 입자들이 빽빽이 모여 있어 주위보다 압력이 높은 지점을 가리켰고, 밀도가 낮은 부분은 공기 입자들이 성글어 압력이 낮은 지점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전달 매체의 특성과 조건

전달 매체는 고체일 수도 있고, 액체일 수도 있으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기체인 것이 보통이다. 평형상태에 있는 매체에 어떤 충격을 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줄을 튕긴다거나, 북을 두드린다거나, 손뼉을 치면 직접 충격을 받은 부분만 아니라 그 옆까지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소리의 전달은 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서처럼 1차원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북의 가죽 면이나 수면에서는 2차원적 소리전파가 이루어지며, 우리의 일상 공간에서 소리의 전파는 대체로 3차원적이다. 전달의 속도는 매체에 따라 달라진다. 큰 질량은 천천히 움직이고, 이 경우 전달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력하고 뻣뻣한 용수철일수록 복원력이 크고, 이러한 용수철은 전달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다. 그럼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공기 입자들이 어떤 부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때, 그 부피는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압력이 강해지면 부피가 작아지고 입자들끼리는 서로 가까이하게 된다. 그러니까 공기는 용수철과 마찬가지로 압축할 수 있으며  바로 이런 이유로 용수철의 예를 들었다. 압축되었다가 복원되는 이러한 성질을 물리학에서는 탄성이라고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탄성이 강할수록 소리의 전달은 빠르다. 액체와 고체에서는 소리의 전달이 대기 중에 비하여 매우 빠른데, 그 이유는 이들이 기체에 비해 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전달하는 데 있어 탄성과 함께 중요한 또 한 가지 특성은 바로 밀도이다. 기체마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도 변할 수밖에 없다. 밀도가 낮은 기체일수록 소리를 빨리 전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액체나 고체의 경우, 밀도가 기체보다 큰 것이 사실이고, 밀도만 가지고 보면 기체보다 소리를 더 느리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밀도의 차이보다 탄성의 차이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기체에서보다 빠르다. 즉, 액체와 고체에서는 탄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리의 전달을 더 빠르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소리의 속도

지금까지 소리의 전파 과정을 살펴보면서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시간이라는 또 한 가지의 차원이다. 소리의 전파란 파가 통과하면서 공기의 밀도가 연쇄적으로 바뀌는 물리적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때 이러한 연쇄적 현상이 얼마큼 빨리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차원은 다음 장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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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학이라는 딱딱한 분야는 실제의 음악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소리는 단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음악을 전달하는 매개물일 뿐이며, 따라서 이 매체에 대한 학문인 음향학은 음악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보다 폭넓은 표현을 하고 싶은 음악적 욕망이 피아노라는 악기의 개발을 촉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음량을 쉽게 조절하고 페달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악기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멋진 작품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음악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소리가 바뀌기도 하지만, 역으로 시대와 사회문화적 환경이 변천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소리의 폭과 종류가 바뀌면 이에 걸맞은 음악이 만들어진다. 


음향학적 관점에서 본 음악

음향학은 소리의 과학. 음악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음향학자들은 음악을 공기 속에서 일어나는 진동 현상의 하나로 간주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 음원과 그 주위의 공기에 압력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며, 이런 자극은 주변 공기의 밀도에 변화를 일으켜 공기의 입자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진동은 점차 그 주위의 공기를 통해 퍼져나가고 인간의 청각기관에 의해 이러한 진동이 감지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소리'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정의는 음악가들에게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네바리와 레지가 단적인 예를 들어 음향학적으로 바라본 음악의 관점을 설명한 바를 인용하자면, 우리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진동"은 놀이터 그네의 왕복 운동이나, 전등불을 켜면서 전구 속에서 일어나는 진동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진동은 청각기관이 아닌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될 수도 있다. 그네의 진동은 그 옆에 서서 그네와 부딪히게 되면 느낄 수 있고(촉각), 전구 속의 진동은 빛으로 느낄 수 있다(시각). 청각기관에 의해 감지되는 진동의 경우, 그 주파수가 우리의 가청 영역에 들어와야 그제야 소리로 들린다. 진동이 느린 산들바람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정도가 거세지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공기의 진동이 빨라지면서 가청주파수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리로 들리는 진동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음향학적 용어를 사용하자면 주기성을 가진 소리와 비주기적 소리이다. 진동이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은 같은 것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뜻이며,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진동으로부터 나오는 많은 소리가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어 선풍기의 날개가 회전하는 소리나 텔레비전 시험방송 소리 때 나는 소리 등은 주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음의 높이를 느낄 수 있다. 주기성을 가지는 소리는 1초 동안 몇번의 주기를 가지느냐 하는 초당진동수, 혹은 주파수를 가진다. 

 


주기성과 음향

어떤 진동이 주기성을 갖는다는 것은 같은 형태의 진동이 계속 반복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진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 있는 '기록'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의 진동을 기록하는 지진계나 심장의 고동을 기록하는 심전계 역시 모두 시간에 따른 진동 상황을 기록한 자료이다. 소리를 내는 어떤 진동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록하고 싶어 소리굽쇠라고 불리는 진동체의 끝에 연필을 닿았다고 가정하자. 그럼 소리굽쇠의 진동에 따라 연필은 진동할 것이고 이러한 진동을 종이에 그리게 될 것이다. 소리굽쇠의 진동 방향으로 상하의 축을 설정한 후, 일정한 속도로 종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면 시간에 따른 소리굽쇠의 상하 진동이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진동이 강하다면 진동의 폭 즉, 진폭이 넓어져 그래프에서 더욱 상하 운동의 폭이 넓은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지진계나 심전계 역시 시간에 따른 진동 기록이며 가로축은 시간을, 세로축은 진폭을 나타낸다. 

 


배음, 주파수 및 음높이

개방현 길이의 반은 개방현 진동수의 2배의 속도로 진동하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내며, 3분의 1은 3배의 속도로 진동하여 12도, 4분의 1은 4배의 속도로 진동하여 두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이처럼 여러 가지 진동의 합성으로 되어있다. 한 소리를 내는 여러 가지 다른 주파수와 에너지를 같은 소리의 구성음들을 부분음이라고 하며, 그중에서 개방현의 진동음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기름, 그리고 기름의 2배, 3배 등 자연수 배가 되는 음들을 하모닉스라고 한다. 과거에는 우리말로 흔히 "배음"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흔히 배 음렬이라고 불리함을 표를 보면 주파수가 1배부터 10배가 되는 음까지 나열되어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1배 음은 문자 그대로 주파수가 기름의 1배가 되는 기름 그 자체를 가리키며, 음표 밑의 숫자들은 바로 제 몇 배음인가, 즉 주파수가 기름의 몇 배가 되는지를 가리키는 숫자가 된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도'는 음향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주파수가 그 자연수 배가 되는 여러 가지 부분음들의 합성으로 되어있다. 어떤 부분음이 얼마큼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악보 위의 똑같은 음을 똑같은 세기로 두 개의 악기가 연주할 때 느끼는 음색의 차이도 바로부분음 간의 에너지 분포가 달라서이다. 우리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를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가청주파수 영역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보통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20헤르츠로부터, 2만 헤르츠까지의 주파수 영역을 들을 수 있다. 선풍기를 점점 세게 틀면 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초당진동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동의 빈도, 즉 주파수란 물리적인 잣대이고 음악에서의 "음높이"는 심적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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