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에 따라 배음들이 갖는 비중은 모두 다르다. 현악기나 개관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모든 배음을 가지고 있지만 폐관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홀수 배음만을 가지고 있다. 즉, 짝수 배음이 없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음의 특성이 실제로 음색에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19세기 헬름홀츠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인성을 포함한 모든 소리가 많은 배음들의 연속으로 되어있는데 바로 이것이 음색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귀가 음색을 듣고 구분하는 과정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며,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배음이 별로 없는 소리, 즉 순음이나 이에 가까운 소리는 부드럽고 유쾌하다. 거침이 없으나, 저주파에서는 둔한 소리를 낸다. 둘째,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리, 즉 제6 배음까지 어느 정도 음량을 가진 소리는 배음이 별로 없는 소리에 비하며 더 풍부하고 더 음악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고배음이 별로 강하지 않을 경우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성을 잃지 않는다. 셋째, 클라리넷과 같이 홀수 배음만을 가진 소리는 공허하다. 만약 배음이 많아지면 비음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본음이 셀 경우 풍부한 소리, 약할 경우 빈약한 소리가 난다. 넷째, 7 배음 이상의 고배음이 세면 거칠고 예리한 소리로 들린다. 


음파의 주기성과 파형

타악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악기는 주기성을 가진 소리, 즉 악음이다. 대부분의 악기는 몇 초 동안, 즉 같은 진동이 몇백 번 반복되어도 음색이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연주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완전히 똑같은 힘을 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간이 연주하는 곡에서 사용되는 음은 주기마다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악기가 한 음을 같은 음색으로 지속해서 소리 낼 경우, 그 소리의 음파를 보면 단일한 패턴의 연속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반복되는 단위를 주기라고 한다. 주기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모든 부분음의 주파수가 기음의 자연수 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수 배가 아닌 부분음을 포함하고 있다면 주기마다 같을 수 없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파의 형태를 파형이라고 하며, 파형은 배음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합성음의 푸리에 분석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는 모든 주기적인 진동은 단순 진동을 합성하여 만들어진다는 수학적 정리를 세웠다. 일명 푸리에 분석이라고 불리는 그의 분석 방법에 의하면 어떤 복잡한 합성파이든지 주파수가 자연수 배 관계에 있는 단순 배음들의 진폭과 위상, 두 가지 변수를 밝혀내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리에의 분석 방법에 의하면 주기를 가진 합성음의 음색은 배음들의 상대적 진폭에 따라 달라지므로 우리는 배음들의 막대그래프를 보면 그 음색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시각에서 빛이 구성하는 색들로 분해된 결과를 스펙트럼이라고 하는 데서 유추한 것이다. 


스펙트럼 분석 과정

스펙트럼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동을 기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진동 기록 방법은 얇은 진동판을 때려 그 진동을 불빛으로 거울에 비추어 움직이는 사진필름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필름에 남겨진 불빛의 궤적으로 형성된 그래프를 오실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리고 난 후 푸리에의 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이 음파의 배음의 진폭과 위상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느리고, 손이 많이 가면서도 부정확하기 때문에 전자적 장비들이 사용된다. 스펙트럼 분석기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아날로그 스펙트럼 분석기는 필터를 사용하여 배음을 하나씩 분리한다. 디지털 스펙트럼 분석기는 한 주기를 표본으로 채집하여 컴퓨터에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각 배음의 진폭과 위상을 계산한다. 


악기의 음색과 스펙트럼 특징

음색을 특징짓는 가장 큰 요소가 스펙트럼에 있다면, 각 악기마다의 음색적 특징을 그 고유한 음색을 만드는 스펙트럼에서 찾아봐야 하는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오보에와 혼의 음색이 다른 만큼, 그들의 스펙트럼 특징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물음은 아주 당연한 사고 과정의 귀결일 것이다. 그렇게 악기의 음색을 알아내기 위해 그 악기의 전형적인 스펙트럼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악기 음을 오랫동안 분석해 본 결과 한 악기가 모든 음역에 비슷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리의 세기, 높이에 따라 같은 악기라도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악기가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에서 스펙트럼의 차이를 보이며 어떤 경우에는 음계에서 근접한 두 음마저 배음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한 악기의 스펙트럼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한다. 음역뿐만 아니라 음량에 따라서도 변한다. 작은 음은 배음이 작고 큰 음은 넓은 음역에 거쳐 많은 배음을 가지고 있다. 음의 스펙트럼은 연주자가 어떻게 음을 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연주하고 녹음하는 방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얼마만큼 잔향을 가지는 곳에서 녹음되느냐에 따라서도 변하고, 녹음될 때 악기와 마이크의 각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또한 간섭이나 회절 역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몇 가지 일반화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클라리넷은 낮은 음역에서는 짝수 주파수가 미약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짝수 배음이 낮은 소리가 모두 클라리넷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아니다. 고배음이 많은 음은 더 밝은 느낌을 주고 적은 음들은 어두운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화시켜 말할 수 있는 전부다. 어떤 배음 구조와 특정 악기를 연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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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보편적 현상을 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음높이 속에는 높이의 개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의 개념도 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옥타브 차이를 둔 음들에서 동질성을 느낀다는 것, 즉 한 음은 그것이 어떤 옥타브 영역에 있든지 간에 한 음으로써의 속성을 갖는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은 음높이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범주화의 개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주파수가 다른 모든 한 음마다 갖는 공통적 속성을 바탕으로 한 음이라는 범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음높이류란 음높이에서 높이의 개념을 제외하고 성격의 개념만을 지시하기 위한 용어이다. 음높이류는 음높이의 성격을 가리키는 데 긴히 사용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지만, 그것이 20세기 음악, 특히 12음 기법에서 비롯된 용어이기 때문에 항상 서양의 평균율적 12반음계에 국한되어 쓰인다는 약점을 가진다. 그래서 심리음향학자들은 보다 보편적인 용어를 가진 크로마라고 표현한다. 크로마는 음높이류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음높이의 성격을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어떤 종류의 음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또한 한 개의 음높이를 다른 음높이와 비교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이른바 절대음감은 소리의 높이에 대한 지각력이 아니라 각 소리의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음높이의 나선 구조


지각적 세계 안에서 높이와 성격 두 차원으로 분리되는 음높이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2차원적 나선구조로 묘사할 수 있다. 음계가 계단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나선구조 표에 입체적으로 그려진 계단은 실생활에서 흔히 좁은 공간에 사용되는 돌아 올라가는 계단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원형 계단의 경우 한 단계씩 밟아 한 층 올라가면 높이는 분명 한층 올라갔지만 위에서 볼 때는 같은 위치에 있는 것과 같다. 옥타브 동질성은 우리의 지각 체계 속에서 음높이를 높이와 성격, 2개의 차원으로 분리하며 이중 높이는 문화로부터 얻어진 후천적 학습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감각적인 것이고, 성격은 주어진 문화 속에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다. 



절대음감


절대음감이란 기준음 없이도 소리를 맞출 수 있거나 노래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이를 시각의 색 구별 능력에 비교하자면 표준 스펙트럼이 없이도 파란색을 구별해내는 능력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인간의 98%가 이 절대 색 구별 능력을 갖추고 2% 정도만이 색맹인 데 반해, 절대음감은 인간의 0.01% 정도만 가지고 있다. 절대음감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대표적 이론에는 유전이론, 학습이론, 비학습이론, 각인 이론이 있다. 절대음감과 대비가 되는 개념은 상대음감인데, 거의 모든 사람이 두 음을 들으면 어떤 음이 더 높은지 하는 상대적인 음높이를 맞출 수 있다. 상대음감은 우리 신체의 기능의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음악적 능력이다. 



요약


동형론적 음높이에 대한 지각력이 파형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진폭과 음높이, 시각과 음높이와의 상관관계는 동형설, 즉 물리적 변수와 심리적 변수와의 1대 1의 상응 관계를 무색하게 한다. 심리적 변수인 음높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주파수뿐이 아니며, 음높이 지각은 나머지 세 가지 변수, 진폭, 진동 시간, 파형과도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 물리적 변수와 심리적 변수 사이의 이원론은 모순점을 드러내게 되었고, 이들 간의 상응 관계를 찾으려는 동형론적 체계화는 무색하게 되었다. 즉, 인간의 지각을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하려고 출발했던 심리음향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음향학이라는 자연과학적 방법은 음높이를 지각에 관한 완전한 설명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음색의 정의와 본질


사람의 귀에는 온갖 종류의 진동이 퍼부어진다. 수많은 소리는 모두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즉각적으로 소리의 특징들을 구별할 수 있다. 음색을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 음색이 1차원적인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색을 측정하는 기준은 한가지가 아니다. 이것은 시각에 있어 색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측정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음색이라는 용어 자체가 시각에서 색과의 유추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음색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음색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용어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소리의 속성 중 음색은 유일하게 본질적으로 다차원적이다. 음색의 다차원성은 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음색에 대한 연구는 음높이나 음량에 대한 연구처럼 많은 것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다차원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사실이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음색의 지각을 불가사의의 영역에 남겨두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합성음의 부분음, 배음, 오버톤


음색을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여기에 비해 음색에 영향을 미치는 음향학적 요인들은 비교적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합성음의 분포에서 어떤 부분음들의 비중이 높냐 하는 배음 분포상의 특징이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모두 합성음이다. 합성음이란 한가지 주파수로 되어있지 않고 여러 가지의 주파수가 섞여 있는 소리다. 합성음의 구성 성분이 되는 음들을 부분음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주파수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가장 낮은 부분음을 기음이라고 한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리 경우 부분음들의 주파수는 기음주파수의 자연수 배로 되어 있으며, 이럴 경우 이러한 부분음들은 배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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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세기나 지속시간 이외에도 수많은 여건들이 음높이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엔벌로프이다. 엔벌로프의 음압과 상상, 하강 곡선에 따라 음높이는 달라진다. 엔벌로프가 왜 음높이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음높이가 소리의 세기에 따라 변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음악가들이 타악기를 다룰 때는 반드시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음을 다른 음과 함께 들을 때, 그 다른 음이 듣고자 하는 음의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다시 말해 상호 간섭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소리 하나를 따로 격리하여 듣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간섭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듣고자 하는 음을 시험 음이라고 하고 간섭하는 다른 소리를 간섭음이라고 할 때, 간섭음의 조건에 따라 음높이는 다음과 같이 달라진다. 
1. 간섭음이 시험 음보다 주파수가 낮을 때 시험 음은 항상 더 높게 들린다.
2. 간섭음이 시험 음보다 주파수가 높으면 낮은 주파수대에서 시험 음은 더 낮게 들린다. 

또한 간섭음이 절대적인 주파수를 가지지 않은 소음일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달라진다. 
1. 간섭 소음이 시험 음보다 낮은 주파수대에 있을 때, 시험 음은 항상 더 높게 들린다. 
2. 간섭 소음이 시험 음보다 높은 주파수대에 있으면 시험 음은 더 높게 들릴 수도 있고 낮게 들릴 수도 있다. 
3. 시험 음이 실제보다 높거나 낮게 들리는 폭은 간섭하는 음이나 소음의 음량이 시험 음보다 클 때 큰 폭이 넓어진다. 

 


합성음의 음높이와 가상 음높이

지금까지는 주로 하나의 주파수만을 가진 순음을 다루었다. 만약 우리의 귀가 여러 가지 주파수 성분을 가진 합성음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는 대부분이 합성음이고, 또한 그 주파수들끼리 서로 정확한 정 배수가 된다. 정확한 하모닉스를 가진 음을 들을 때 우리의 귀는 틀림없이 가장 낮은 음, 즉 기본음을 듣는다. 기본음이 약하다고 해도, 심지어는 그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배음을 통해 기본음을 듣게 된다. 이와 같이 물리적 공간에 그 음의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듣게 되는 음높이를 가상 음높이라고 한다. 가상 음높이는 그 종류가 많으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상 음높이를 듣는 경우도 빈번하다. 만약 기초 음의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아도 그 음높이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기초 음 주파수가 음높이 판단의 유일한 단서가 아니며 심지어는 반드시 가장 중요한 단서라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기본음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주파수는 내려간다. 그리하여 기본음이 2,500Hz에 이르면 기본음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니까 합성음의 음높이 지각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배음은 그 기본음 주파수에 따라 달라지는 한편, 합성음의 부분음들이 정수배가 되는 배음들이 아닐 경우 가상 음높이의 결정은 아주 미묘해진다. 최근 음높이 지각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의 귀는 우리 가청음역의 중간 부분쯤에서 가장 그럴듯한 배음 시리즈를 골라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것을 골라 그 기본음을 기본음으로 간주한다. 이때, 배음들의 주파수가 정확하게 정수로 떨어지는 배가 아니더라도, 가장 정수에 가까운 것을 찾아내어 이를 바탕으로 가상 음높이를 만들어낸다. 타악기인 벨이나 차임 등의 악기가 정수배가 되는 배음들을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들 악기 소리를 들으면 음높이가 있는 것으로 들린다. 벨의 경우 우리가 때린 음 근처 주파수에 또 하나의 부분음이 있어서 그 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차임의 경우에는 이런 것이 없어 완전히 주관적인 방법으로 가상적 기본음을 찾아낸다.


음높이의 지각

우리가 청각기관을 통해 소리의 높이를 판단하는 근거로 위치이론과 주기성 감지 이론을 보았다. 음높이를 지각하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바에 일차적으로 의존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주파수 특성에 관한 데이터는 말초신경계를 통한 정보일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음높이의 지각이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경험에 따른 중추신경계의 작용에 따라 재정리되어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물리학적 주파수는 연속적 개념이지만 우리들이 생각하는 음높이는 단계적 개념인데, 우리가 주파수의 연속 속에서 영역을 분리하여 음높이로 지각하는 데에는 말초신경계뿐 아니라 중추신경계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점이다. 주파수라는 물리적 변수의 연속적 개념과 음높이라는 심리적 변수의 단계적 개념의 차이는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차이에 비유될 수 있다. 


음높이 지각에 관한 일반적 현상

음높이의 지각이 한 사람의 음악적 사전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문화 종속적 개념이기 때문에 음높이 지각에 있어 어떤 일반적인 원칙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상이한 문화권 음악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별다른 교류를 갖지 않았던 각 문화권의 상이한 음악 양식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보편적 현상이 있다면, 그런 현상들이야말로 음의 지각과 관련된 인간의 음악적 심성에 관하여 선천적이고 본질적인 무엇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지각 현상은 흔히 옥타브 동질성이라고 불리는데 물리학적, 혹은 생리학적 방법으로는 전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즉, 주파수가 배가 된다고 하여 물리학적으로 같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는 한 옥타브 위, 혹은 아래의 음을 본래의 음과 공통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지각한다. 또한 우리의 귓속에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할 만한 생리학적 구조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옥타브 동질성은 범문화권적으로 공통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현상, 음계와 그 수에 대한 공통적 현상은 인간이 공통으로 갖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한계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리학적으로 연속적인, 즉 그 수가 무한대인 주파수를 모두 다른 것으로 지각하여 기억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일정한 주파수 영역을 한데 묶어 모두 같은 것으로 지각한다. 이는 비슷한 것끼리 모두 묶어 같은 것을 하나의 범주로 느끼는 현상을 범주화라고 하는데, 우리의 모든 지각 기능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음높이에 있어서 이와 같이 한데 묶어진 한 범주가 음계에 있어서 계단 한 개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음의 계단을 우리는 음높이라고 하고, 각 음높이는 그 주파수의 배, 혹은 반이 되는 주파수 영역의 음높이와 공통성을 갖는 것으로 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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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높낮이를 식별하는 감각기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는 이미 논의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감각기관을 통하여 수용된 소리를 처리하는 문제로부터 다루기로 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주파수 차이가 날 때, 그 차이를 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가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JND라고 한다. 그러므로 JND란 심리적인 식역이다. 그 간격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차이도 들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폭이 좁은 사람이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의 소리가 근소한 주파수 차이를 보이는 다른 소리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들어서 가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곧 이들 두 가지가 상이한 두 개의 음높이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귀로 감지해 낼 수 있는 폭은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인간은 몇 헤르츠 정도 주파수의 차이가 날 때 비로소 그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람마다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개인차가 있을 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평균치는 조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 초 발표된 한 논문의 결과를 그래프로 요약한 것을 보면 폭은 소리의 강도에 따라 또 주파수 영역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래프의 수평축은 주파수 영역을 가리키고 수직 축은 변화의 비율을 가리키며 5개의 곡선은 각각 다른 소리의 강도를 가리킨다. 큰 소리일수록 수직축의 더 작은 증가율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큰 소리에 대해서 더 좁은 폭을 갖는다는, 다시 말해 큰소리의 경우 소리높이 시별이 더 수월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음높이 지각의 변인들

음높이는 주파수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실제로 주파수의 변화는 음높이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크고 중요하다. 그런데 주파수가 음높이의 유일한 변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주파수는 변하지 않는데 소리의 세기나 길이, 감쇠 특성, 또 다른 소리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음높이가 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청자의 음악적 경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제 음높이를 변화시키는 주파수 이외의 요인들을 보기로 한다. 


소리의 세기가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

주파수를 일정하게 고정해 둔 채 소리의 세기만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가 심리적으로 그것이 올리거나 내려가는 것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높이의 지각력은 지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에 따라서도 좌우되어, 상식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듯이 짧은 시간에는 음높이 판별력이 떨어진다. 스티븐슨은 순음 조건에서 소리크기가 일정 영역에서 피치가 최대로 반음 두 개까지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음역에서는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더 낮아지는 것으로 들리지만, 높은 음역에서는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더 높아지는 것으로 들린다. 스티븐슨의 이론은 별다른 이견이 없는 정설로 받아들여져 오던 중 1970년대에 들어 소리의 세기가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이 위와 같이 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도의 변화에 따른 주관적 음높이의 변화를 보면 역시 순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합성음에 관한 것은 많이 밝혀져 있지 않다. 악기를 가지고 한 실험을 보면 소리의 크기에 따라 음높이가 변하는 것은 아주 미세하다. 합성음의 음높이가 강도 변화에 따라 올라가든지 내려가든지 하는 점은 중요한 부분음들의 주파수 영역에 달려있다. 합성음에서는 소리의 세기에 따른 음높이의 변화가 순음보다 현저하게 덜 나타나기 때문에 음악에서 이러한 효과가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실제 음악에 있어서 소리의 세기에 따라 피치가 달라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관현악기 연주자는 고음을 연주할 때 포르테에서는 좀 낮은 음을 연주하고 피아노에서는 좀 높은 음을 연주해야만 음높이가 일정한 것으로 들릴 것이다. 실제 음악에서도 소리의 크기에 따라 피치가 변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은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소리가 점점 사라져 갈 때, 음높이가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간 동안 소리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잔향시간이 상당히 긴 교회 내에서 사람이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들을 때 큰 소리의 코드가 끝난 후 소리가 점점 작아지면 음이 높아지는 것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 지속시가지속 시간 동안 소리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리의 지속시간이 음높이에 미치는 영향

음높이를 지각할 수 있으려면 소리가 얼마나 길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음높이와 소리의 지속시간은 서로 관계가 없다. 또한 19세기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한 음높이 중 두 주기만 들어도 피치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의 연구를 보면 이보다 더 긴 지속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주파수대에 따른 음높이 지각에 필요한 지속시간 표를 보면 얼마만큼 다른지를 알 수 있다. 실선은 20세기의 한 실험의 결과이고, 점선은 두 개의 주기만 있어도 알 수 있다는 19세기의 주장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리가 시작할 때 돌발적인 파열음을 나지 않고 매끄럽게 시작한다면 3ms 정도면 음높이를 인식할 만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음높이와 이를 판별하기 위한 시간의 함수관계는 음향학적 불확실성의 원리를 따른다. 이는 주파수가 불확실할수록 긴 시간을 요하고 음의 지속시간이 짧을수록 주파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음의 지속시간이 25ms보다 짧으면, 음높이는 변화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귀는 순음의 주파수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음량이 같은 조건이라면 소음에서보다 순음에서는 JND가 작아진다. 1500Hz 정도 음역에서 폭 10Hz 정도의 협대역 잡음의 경우 주파수의 불확실성은 1500Hz의 순음보다 6배까지 커진다. 

음향학은 소리를 다루는 학문이다. 음향학에서 다루는 소리는 인간이 들으려 하지 않는 소음이나 가청주파수를 넘어서는 소리, 또는 수중에서의 소리 등을 모두 포함하지만, 음악음향학에서는 음악의 재료가 되는 음악적 소리만을 다룬다. 음악은 인간이 작곡하고 연주하여 만들어 낸 소리이고 인간이 듣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다. 음악에서는 소리라는 말보다 음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보다 나아가서 음악에서 말하는 음은 일상적인 음악적 재료가 되는 지각 표상이다. 그러니까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따라 우리의 귀에 수용되는 모든 종류의 소리, 즉 말소리, 자연의 소리, 소음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인 반면 음은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단위가 되는 소리만을 가리킨다. 이런 견지에서 음은 소리의 일종이며 소리가 영어의 'sound', 음은 'tone'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음이 소리와 다른 점을 또 하나 꼽자면, 음은 이미 문화의 일부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 사용되는 소리와 음의 실질적인 구분은 다음의 예에서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한 사람이 한 옥타브 안에서 구별할 수 있는 소리 높낮이의 종류는 수십 가지, 혹은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근소한 높이 차이를 보이는 소리 모두가 각각의 음악적 단위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옥타브를 고작 5개, 7개, 혹은 많아야 12개 정도의 음높이만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한 옥타브 안에는 수많은 소리의 높이가 있고, 또 우리는 이것을 들어서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음악적 단위가 되는 음높이는 몇 개만으로 한정되어 있다. 

 


소리와 음의 요소별 대응 관계

공기의 진동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과 그것이 우리의 감각기관에 의해 수용되었을 때 우리가 그 소리의 특성을 어떻게 듣고 느끼느냐 하는 문제는 음향학과 생리학, 그리고 심리학의 공동관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특별히 심리음향학이라고 한다. 심리음향학은 모든 물리적 현상에 대해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정신물리학의 일종으로서, 물리적 현상 중에서도 특별히 소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음악적 기본 단위인 단음을 다시 요소별로 쪼개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따라, 모든 음은 네 가지 기본요소로 분석된다. 이것은 진동의 물리학적 성분에 따라 변하는 소리의 네 가지 요소들, 예컨대 소리의 높고 낮음, 크고 작음, 길고 짧음, 소리의 색깔 혹은 질에 대응하는 음 단위의 네 가지 요소이다. 소리의 일반적 특징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러한 용어들, 즉 높낮이, 크기 길이, 색 등은 모두 시각적인 개념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리가 '높다'는 말의 범문화권적으로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이고 또 누구나 이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주파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실제로 높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들 소리의 네 가지 요소들 즉 감각적 특성들이 음악적 소재가 되었을 때, 즉 음의 속성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음높이, 음량, 음가, 음색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심리 음향학자들은 소리에 대한 우리의 느낌의 근거를 물리적 세계에서 찾아 과학적으로 상호 연관 지으려고 한다. 이들 네 가지 요소들이 항상 일대일의 상응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음높이 지각에 미치는 다른 여러 가지 변인들 역시 여기서 함께 다뤄보기로 한다. 


음높이의 개념

음높이란 문자 그대로 소리의 높낮이를 가리킨다. 높이가 다른 두 음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중 어떤 음이 더 높은지 하는 상대적인 음높이를 판별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높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문화권에 공통으로 인식된다고 하는 옥타브라는 음정은 물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주파수가 배가 되는 지점이다. 주파수라는 물리적 척도가 아닌 우리의 감각 잣대 위에 소리의 높이를 배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높이에 대한 느낌은 항상 주관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같은 소리를 듣고도 다른 지점에 위치시킬 수도 있다. 순음의 경우 소리의 세기에 따라 음높이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합성음의 경우에는 음색에 따라 또 지속시간에 따라 음높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음높이의 느낌을 바탕으로 하여 보편적인 잣대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 한 일은 아니다. 주관적 음높이를 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멜이란 정신 물리학적인 음높이 잣대이며, 따라서 멜 값이 배가 될 경우 그 지점이 우리가 음높이가 배로 되었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음높이의 표준

우리는 흔히 A4는 440Hz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표준이 생긴 것은 불과 60여년 전의 일이다. 음높이의 표준을 정하기 전에는 불편한 일이 많았다. 최근 200년 동안은 음높이의 표준은 어느 정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든,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등이 작곡했던 음높이는 지금의 음높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19세기 초반 음높이의 표준이 높아졌는데, 이는 아마도 당시 금관악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금관악기는 높은 소리일수록 음색이 더 화려하기 때문에 당시의 교향악단에서 음높이의 표준을 높게 잡는 일이 성행하였다. 여러 역사를 거쳐 A4가 현재의 440Hz로 고정된 것은 1939년 런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부터이다. 요즘도 성악가들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노래할 때 화려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반음씩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떤 오케스트라는 화려한 음향을 위해 음을 높게 맞춘다. 소리굽쇠는 헨델 시대부터 편리한 도구였으나 요즘은 전자 음향으로 440Hz를 내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음높이의 표준이 움직이면 악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난다. 한 악기가 다른 음높이를 기준으로 연주하면 똑같은 음을 낼 수 없고 음조 또한 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목관악기에 심하게 나타난다. 또한 현악기는 음높이의 표준이 올라갈 경우 현의 장력이 커져 무리가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옛 거장들이 만든 명기들은 이미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현이 더 큰 장력을 견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악기의 주파수는 날씨에 따라 습도에 따라 변한다. 악기 자체가 팽창하여 소리가 낮아지는 경향을 초래할 수 있나 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현악기는 온도가 오르면 현의 장력이 내려가 오히려 소리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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